LG 삼각편대 실적의 힘은' 선택·집중·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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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휴대폰약진'에 화학 '2차전지'·텔레콤 'OZ'
"다음은 원천기술확보"
"다음은 원천기술확보"
경기침체에도 불구,전자 · 화학 · 텔레콤 등 'LG 3인방'이 1분기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전자는 과감한 시장확대 드라이브와 '연간 3조원'을 목표로 한 비용절감,화학은 석유화학 제품 국제가격의 조기 회복,텔레콤은 정액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인 OZ 돌풍이 각각 실적 개선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3사 모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분야를 발굴,'스피드'를 키워드로 불황과 맞선 결과라는 지적이다.
LG그룹의 전통적 모토인 '인화'에 '혁신'을 접목한 'LG식 불경기 대처법'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일찌감치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구조조정 공포로 인한 동요'를 막았다는 것.구본무 LG 회장은 지난해 12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경기가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서는 안된다"며 "유휴 인력을 재배치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었다.
◆LG화학,사업구조 다변화
LG화학의 석유사업 부문 매출은 2조586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했다. 작년 1분기에 비해 8.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1.1% 늘어난 3737억원에 달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이 개선된 것은 중국의 내수경기 부양에 따른 국제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상승 때문이다. 올초 700~800달러 수준이던 PE(폴리에틸렌)와 PP(폴리프로필렌)의 중국 수출가격은 현재 t당 1100달러 안팎까지 오른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가격 상승과 함께 환율효과에 따른 수출실적 증가가 실적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신성장사업인 2차전지 등 정보 · 전자소재 부문의 매출도 지난해 1분기보다 26.8% 증가한 78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속적인 품질개선 덕에 경기를 덜 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2분기 이후에는 중동,중국 업체들의 공장증설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매출액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보 · 전자소재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석유화학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2011년까지 대산 공장의 NCC 생산규모를 현재 연간 80만t(에틸렌 기준)에서 90만t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텔레콤,역발상 'OZ'의 힘
LG텔레콤은 월정액을 받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인 OZ 돌풍과 마케팅 비용 감소 덕을 봤다. 경쟁사들이 패킷 단위로 모바일 데이터 통신 요금을 받을 때 월정액을 부과하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64만2000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유치했다.
경기에 맞춰 비용을 줄이는 전략도 주효했다. 이 회사의 1분기 마케팅 비용은 208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0%,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다. 기지국 등에 대한 설비투자액도 368억원으로 전년 동기 1356억원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2년 전 서비스 매출 대비 5.2%에 달했던 인건비 비중을 4.1%로 줄인 것도 이익 증가 요인으로 꼽혔다. 김상돈 LG텔레콤 CFO(최고재무책임자) 상무는 "지난해 4분기부터 현장판매 아르바이트 직원을 줄이고 인원을 재배치하는 등 전반적인 비용 절감을 강도 높게 진행한 게 실적개선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의 '기술 전쟁' 시작
LG그룹은 주력 3사의 실적호조와 관련, "적절한 불경기 전략의 결과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바뀌면 다시 실적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근본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LG 관계자는 "경쟁사를 기술에서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최근 구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잇따라 '원천 기술 확보'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전체 R&D(연구개발) 인력의 5% 수준이었던 'Y+2'팀원들의 숫자를 최근 10% 수준으로 늘렸으며 연말까지 이 비중을 20%까지 높일 계획이다. CEO가 주재하고 CTO(최고기술책임자)와 사업본부장 등 주요 임원들이 참여하는 '표준전략회의'를 반기에 한 번씩 개최키로 한 것도 글로벌 기술 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