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스스로 패션을 조립하고 창조하게 만들어라.'최근 국내 20~30대 젊은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니클로'의 핵심 컨셉트이다. 티셔츠,바지,재킷 등 기본 아이템을 생산해 마치 조립완구처럼 고객이 자신만의 패션을 조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유니클로가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불황이란 말이 무색하리만치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매년 매출 신장률이 60%를 웃도는 초고속 성장세를 구가 중이다. 2006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51%)이 롯데쇼핑(49%)과 합작해 국내에 진출한 유니클로(법인명 FRL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800억원에 이어 올해 목표는 1300억원이다.

국내에 진출한 SPA(의류의 기획 · 생산 · 소매 · 유통을 직접 담당하는 패션업체) 중 단연 선두다. 현재 25개인 점포를 2012년까지 100개로 늘려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유니클로 성공신화의 5가지 비결을 분석한다.

1 로고는 숨긴다

유니클로의 성공비결은 우선 '폭넓은 고객층'을 꼽을 수 있다. 유니클로는 10대부터 50대까지 입는 브랜드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입는 생필품 같은 옷'이 유니클로가 표방하는 전략이다. 이는 로고를 드러내지 않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폴로' '갭' 등 유명 캐주얼 브랜드들이 로고로 차별화를 꾀하지만 유니클로는 겉만 봐선 구별이 안 된다.

일반 브랜드들은 연령대가 맞지 않으면 구입하기 부담스럽지만 유니클로는 모든 연령층이 소화할 수 있고 매일 입어도 티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유니클로 고객들은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듯 같은 디자인의 셔츠,카디건,니트 등을 색상별로 여러 벌씩 산다. 이런 다량 구매는 폭발적인 매출 신장을 끌어내는 밑바탕이 된다.

2 소품종을 대량으로 판다

'소품종 대량판매'는 다른 SPA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유니클로만의 특징.시즌별로 '캠페인 상품'을 정해 집중 판매하는 전략이다. 여름에 폴로티 · 프린트 티셔츠,봄 · 가을엔 니트 · 카디건,겨울엔 히트텍 · 플리스 재킷 · 다운점퍼 등을 내세운다. 판매 아이템은 매년 비슷하며 그해 트렌드에 맞춰 소재,색상,디자인을 조금씩 바꾸는 식으로 개발비를 최소화했다.

대표적인 히트상품인 방한내의 '히트텍'은 지난해 국내 16만장을 포함 세계적으로 총 2800만장을 팔아치웠다. 또 지난해 여름 'UT'로 불리는 프린트 티셔츠를 국내에서 무려 60만장이나 팔았다. 보통 국내 캐주얼 업계에선 한 품목이 4만장 이상 나가면 히트상품으로 치는데 유니클로는 품목당 평균 10만장 이상을 판다. 한 품목을 대개 100만장 이상 만들기에 캐시미어,코튼 같은 고급 소재를 써도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3 백화점급 품질에 시장가격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가격이 싸더라도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 고품질을 선호한다. '품질은 백화점급,가격은 동대문급'인 유니클로가 더욱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티셔츠 9900~1만9900원,니트 · 카디건 2만9900~3만9900원,청바지 4만9900원 등 '착한' 가격 덕에 10만원 안팎이면 2~3가지를 살 수 있다.

유니클로 마니아들은 "단순히 싸기만 한 게 아니라 소재 · 패턴 · 바느질 상태 등 품질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창남 FRL코리아 마케팅팀장은 "중국 60여곳에 생산공장을 두고 생산원가를 낮추는 것은 물론 공장마다 일본에서 생산관리 전문가를 파견해 품질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4 추가생산·재고가 없다

유니클로는 한 품목을 한번에 대량 생산하되 출시한 제품은 모두 팔아치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소량 생산하고 팔리는 것만 추가 생산하는 '반응생산'에 익숙한 국내 업체들은 혀를 내두른다. 유니클로가 한 품목을 100만장 이상 생산하면서도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은 철저한 수요예측에다 계획생산 · 판매 시스템에 탁월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

한 품목당 30~45일 정도 판매기간을 정해놓고 하루 단위로 세밀하게 판매 목표치를 설정해 '완전판매'한다. 인기 품목이라도 이 기간이 지나면 더 만들지 않고 신상품으로 대체한다. 만약 잘 안 팔리는 제품이 있으면 '1+1' 행사나 수시할인 코너를 마련해 소진시켜 재고비용을 제로(0)로 만든다.

5 실패딛고 끊임없는 진화

유니클로도 손 대는 사업마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유니클로야 말로 무수한 실패를 통해 다져진 브랜드다. 일본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2001년 영국에 진출했다가 매출 부진으로 1년6개월 만에 21개 점포 중 16곳을 폐쇄하는 참패를 겪었다. 이로 인한 손실만 30억엔에 이른다.

또 2002년 유기농 야채판매점을 시작했다가 28억엔의 손실을 안고 손을 뗐으며,2007년엔 미국 뉴욕의 고급백화점 '바니스 뉴욕'을 인수하려다 중도 포기한 전력도 있다.

이에 대해 야나이 유니클로 회장은 "경영자가 연전연승했다면 새로운 것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중요한 건 실패했을 때 빨리 인정하고 냉정히 그 원인을 분석해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그의 자서전 제목처럼 '1승9패'로 요약된다. 9번 져도 한번 승리가 대승이라면 모두 커버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는 지금도 유니클로가 신소재 개발,디자인 강화 등 각종 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를 모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