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주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자력 회생(回生)이 어려운 것으로 판정된 기업은 워크아웃에 돌입하거나 퇴출시키고,살릴 기업은 적극적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지원내용은 상반기 중 4조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해운업체들이 보유한 배를 사들이는 한편 건조 중인 해운업체 발주 선박에 대해서도 수출입은행을 통해 선박금융(1조원 내외)과 제작금융(3조7000억원 내외)을 지원하겠다는 것 등이다.

주채권은행들은 이미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38개 중대형사들의 신용위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용대선(배를 빌리는 것) 비중이 높은 7~8개 업체가 퇴출 또는 워크아웃 판정을 받을 것이란 게 일반적 전망이다. 나머지 소규모 업체에 대해서도 6월 말까지 신용위험평가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워크아웃 또는 퇴출대상기업은 더욱 늘어날 게 틀림없다.

해운산업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해운업은 지난해 367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등 외관상으론 화려하지만 실제론 취약하기 짝이 없다. 전체 업체의 90%가 중소기업인데다 용대선 영업이 너무 많고 그마저도 다단계로 복잡하게 짜여 있다. 이 때문에 한 업체가 어려움에 빠져들면 그 여파가 도미노식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일부 부실업체의 정리는 불가피하다.

특히 해운산업 구조조정의 성패를 좌우할 선박펀드의 자금조성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성 예정자금 4조원 중 3조원을 금융기관과 민간투자자를 끌어들여 충당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선박펀드 설립요건, 투자기간, 금융기관의 지분한도 등에 대한 제한을 조속히 완화(緩和)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 투자 메리트를 대폭 높여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강조해둘 것은 해운업 구조조정이 건설 · 조선업 구조조정의 재판이 돼선 안된다는 점이다. 이들 업종은 발표만 요란하게 했다가 실제 행동을 미적거린 결과 아직도 가시적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세계 해운경기가 단시일내에 회복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한 상황인 만큼 해운업 구조조정은 최대한 신속하고 과감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