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시도때도 없이 쓰는 'OK'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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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빌 브라이슨 지음|정경옥 옮김|살림|678쪽|2만3000원
'그로기(groggy)'는 왜 '술 취한 사람'이 됐을까. 가장 많이 쓰이는 'O.K.'는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왜 같은 영어인데 영국식과 미국식 단어에 차이가 있을까.
걸어다니는 지식 박물관으로 불리는 미국 작가 빌 브라이슨의 명쾌한 해석을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에서 들을 수 있다. 방대한 분량의 과학 지식을 담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썼던 그가 이번엔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영어와 미국 역사의 '거의 모든 것'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특유의 발랄한 문장 덕분에 '가장 유머러스한 현존 작가'로 호평받는 그는 이 책에서 신세계를 발견한 콜럼버스나 아메리카 대륙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정작 미국 땅을 밟지도 않았고,영국군과 미국군이 처음 맞붙은 벙커힐 전투는 사실 벙커힐이 아닌 브리즈힐에서 벌어졌으며,"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패트릭 헨리의 말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진지하면서도 익살스럽게' 입증해 보인다.
또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날은 7월4일이 아니라 7월2일이었으며 보스턴 킹 스트리트에서 일어난 폭동은 폴 리비어의 판화 '보스턴 학살'로 각색되고 포장돼 대대적으로 '선전'됐고,독립선언문의 작성자인 토머스 제퍼슨은 초고의 4분의 1 정도를 삭제당하고 146단어를 추가해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는 '불편한 사실'도 공개한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명연설로 평가받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당시에는 '미국인을 수치스럽게 만든 연설'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언론에 제대로 소개되지도 않았고 청바지가 1940년대까지만 해도 리바이스로 불렸다는 것도 여러 자료와 함께 밝혀낸다.
'그로기'의 유래에 대해 그는 영국 제독 에드워드 버논을 주목한다. 그는 함대의 선원들에게 매일 일정량의 럼주와 물을 제공했다. 그의 별명이 올드 그로그였기 때문에 그가 제공한 술은 자연스럽게 '그로그'(물에 탄 럼주)로 불렸다. 그는 사기를 북돋우는 인물이었고 부하들은 전폭적인 지지로 그에게 보답했다. 그 때 그로그를 너무 많이 마신 사람이 '그로기'가 된 것이다.
대표적 미국식 영어인 'O.K.'는 그 사용처만큼이나 유래에 대한 설도 분분하다. 'only kissing'의 준말이라는 설부터 그리스어의 '모두 좋다'는 의미의 'olla kalla'에서 나왔다는 설,인디언 추장인 '올드 케오쿠크(Old Keokuk)'에서 왔다는 설 등이 난무한다.
브라이슨이 알려주는 정설은 이렇다. 컬럼비아대학의 학자가 20년간의 연구 끝에 1839년 3월23일자 <보스턴 모닝 포스트>에 'Oll Korrect(다 맞다)'의 약자로 처음 등장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에는 약자를 쓰는 경향이 있었는데 1840년 마틴 반 뷰렌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민주당에서 그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한 '민주 O.K.클럽'의 선거 캠페인 이후 널리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
같은 영어인데 영국식과 미국식 단어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생존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에 도착한 식민지 개척자들은 난생 처음 보는 생물체들에 그들의 소리를 딴 이름을 붙여줬고 여의치 않으면 단어 두 개를 합쳐 합성어를 만들었다. 가지를 뜻하는 'eggplant'와 'sidewalk(보도)' 'skyscraper(마천루)' 등 초기 미국 영어는 합성어 천국이었다. 이들은 또 조국에서 배운 언어를 끝까지 고수하곤 했다. 그래서 영국에선 사라진 'junk(쓰레기)'나 'hog(돼지)' 같은 단어들은 미국에서 살아남았다.
미국의 국가명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에 대한 논란도 재미있다. 사람들은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이름에 대해 형용사형을 'United Statesian' 식으로 짓기 어렵다는 이유로 난감해 했고 'America' 대신 'Columbia'와 'Appalachia' 'Freedonia' 같은 이름을 붙이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언어와 역사뿐만 아니라 인종,여행,지리,쇼핑문화 등 온갖 주제를 종횡무진하며 이와 관련된 영어 단어와 표현,일화들을 기발하게 풀어놓는 브라이슨의 영어 산책은 '발칙'하고도 '발랄'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걸어다니는 지식 박물관으로 불리는 미국 작가 빌 브라이슨의 명쾌한 해석을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에서 들을 수 있다. 방대한 분량의 과학 지식을 담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썼던 그가 이번엔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영어와 미국 역사의 '거의 모든 것'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특유의 발랄한 문장 덕분에 '가장 유머러스한 현존 작가'로 호평받는 그는 이 책에서 신세계를 발견한 콜럼버스나 아메리카 대륙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정작 미국 땅을 밟지도 않았고,영국군과 미국군이 처음 맞붙은 벙커힐 전투는 사실 벙커힐이 아닌 브리즈힐에서 벌어졌으며,"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패트릭 헨리의 말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진지하면서도 익살스럽게' 입증해 보인다.
또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날은 7월4일이 아니라 7월2일이었으며 보스턴 킹 스트리트에서 일어난 폭동은 폴 리비어의 판화 '보스턴 학살'로 각색되고 포장돼 대대적으로 '선전'됐고,독립선언문의 작성자인 토머스 제퍼슨은 초고의 4분의 1 정도를 삭제당하고 146단어를 추가해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는 '불편한 사실'도 공개한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명연설로 평가받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당시에는 '미국인을 수치스럽게 만든 연설'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언론에 제대로 소개되지도 않았고 청바지가 1940년대까지만 해도 리바이스로 불렸다는 것도 여러 자료와 함께 밝혀낸다.
'그로기'의 유래에 대해 그는 영국 제독 에드워드 버논을 주목한다. 그는 함대의 선원들에게 매일 일정량의 럼주와 물을 제공했다. 그의 별명이 올드 그로그였기 때문에 그가 제공한 술은 자연스럽게 '그로그'(물에 탄 럼주)로 불렸다. 그는 사기를 북돋우는 인물이었고 부하들은 전폭적인 지지로 그에게 보답했다. 그 때 그로그를 너무 많이 마신 사람이 '그로기'가 된 것이다.
대표적 미국식 영어인 'O.K.'는 그 사용처만큼이나 유래에 대한 설도 분분하다. 'only kissing'의 준말이라는 설부터 그리스어의 '모두 좋다'는 의미의 'olla kalla'에서 나왔다는 설,인디언 추장인 '올드 케오쿠크(Old Keokuk)'에서 왔다는 설 등이 난무한다.
브라이슨이 알려주는 정설은 이렇다. 컬럼비아대학의 학자가 20년간의 연구 끝에 1839년 3월23일자 <보스턴 모닝 포스트>에 'Oll Korrect(다 맞다)'의 약자로 처음 등장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에는 약자를 쓰는 경향이 있었는데 1840년 마틴 반 뷰렌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민주당에서 그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한 '민주 O.K.클럽'의 선거 캠페인 이후 널리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
같은 영어인데 영국식과 미국식 단어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생존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에 도착한 식민지 개척자들은 난생 처음 보는 생물체들에 그들의 소리를 딴 이름을 붙여줬고 여의치 않으면 단어 두 개를 합쳐 합성어를 만들었다. 가지를 뜻하는 'eggplant'와 'sidewalk(보도)' 'skyscraper(마천루)' 등 초기 미국 영어는 합성어 천국이었다. 이들은 또 조국에서 배운 언어를 끝까지 고수하곤 했다. 그래서 영국에선 사라진 'junk(쓰레기)'나 'hog(돼지)' 같은 단어들은 미국에서 살아남았다.
미국의 국가명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에 대한 논란도 재미있다. 사람들은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이름에 대해 형용사형을 'United Statesian' 식으로 짓기 어렵다는 이유로 난감해 했고 'America' 대신 'Columbia'와 'Appalachia' 'Freedonia' 같은 이름을 붙이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언어와 역사뿐만 아니라 인종,여행,지리,쇼핑문화 등 온갖 주제를 종횡무진하며 이와 관련된 영어 단어와 표현,일화들을 기발하게 풀어놓는 브라이슨의 영어 산책은 '발칙'하고도 '발랄'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