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솔잎이 더 푸르게 보이듯 진정 강한 기업이라면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취임사에서 경기 회복기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이번 경제위기가 끝나면 새로운 기회가 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나 안이한 자세는 버려야 한다"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반드시 불황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는 경영계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산은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10% 정도 많은 25조3000억원으로 잡았다. 영업이익도 27% 증가한 1조8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투자 규모도 지난해 수준인 1조5000억원으로 결정했다.

두산의 불황극복 전략은 원천기술 확보와 신규시장 진출로 요약된다. 국내 굴지의 중공업 그룹으로 자리를 잡은 두산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담수 설비(두산하이드로테크놀러지),발전소 보일러(두산밥콕),친환경 엔진(미국 CTI사)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인프라지원사업(ISB)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담수설비,보일러에서 원천기술을 갖게 된 두산중공업은 발전분야로 눈을 돌려 지난해 이산화탄소 포집 · 저장(CCS)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캐나다 HTC사 지분 15%를 확보했다. 2013년부터는 강화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때문에 CCS 기술이 있어야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이후 연 평균 10억달러가 넘는 신규 수주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지난해 굴절식 덤프트럭 원천기술을 가진 목시(Moxy) 엔지니어링사를 인수했다.

원천기술로 경기 회복기를 준비 중인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인 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 분야에서 풍력발전과 연료전지 등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해수담수화 분야는 수처리 사업 등 물 산업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발전은 최근 고유가 현상에 대비할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2월 중국 친산 원자력발전소 2단계 3호기에 들어갈 원자로를 납품했다. 핵연료를 분열시켜 열을 발생하는 핵심 설비인 원자로를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발주하는 세 번째 미국 신규 원전 프로젝트의 핵심 주기기를 2000억원에 수주했다. 이로써 지난해 미국에서 발주된 3개 원전 프로젝트의 핵심기기를 모두 공급하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두산중공업은 아시아 최초로 3㎿급 육 · 해상 풍력발전시스템인 'WinDS 3000TM(모델명)'을 2010년부터 상용화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WinDS 3000TM의 조기 상용화를 추진한 뒤 국내 설치 및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2012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300㎾급 연료전지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1위인 해수담수화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처리 시장까지 석권하겠다는 비전도 마련했다. 수처리 사업은 하수나 폐수를 산업 및 생활용수로 정화해 사용하는 것으로,환경오염 및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래형 사업이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중동지역에 치중했던 시장을 중국,인도 등으로 넓히고 플랜트 건설을 넘어 부가가치가 높은 유지보수 및 운영 분야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대규모 수처리 프로젝트를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올해 미국 최대 수처리 엔지니어링 업체인 카롤로(Carollo)사와 공동 입찰하는 방식으로 중국,인도 등에서 수처리 프로젝트 첫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