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타를 치던 골퍼가 90타대로 내려오기는 쉽지만 80타대,70타대로 진입하기는 힘들지요. "

20일 개막,28일까지 계속되는 상하이국제모터쇼 행사장에서 만난 국산차 업계 인사는 "상하이차,치루이(체리),지리 등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껍데기는 거의 따라왔다지만 엔진성능,주행안정성 등 본질적인 기술력이 문제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의 말을 귀에 담은 채 현지업체 전시장을 찾은 순간,'이게 아닌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국 업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모델을 단순 합작생산하던 데서 벗어나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는 고유 모델 신차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경차와 소형차는 물론 중 · 대형 세단과 고급 SUV까지 화려한 라인업은 전 세계 기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도 경쟁적으로 내놓고 기술력을 자랑했다.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고 상당한 기술 축적이 이뤄졌습니다. " 치루이차 부스에서 만난 직원은 자부심과 함께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는 중국 내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고유 모델의 수요층이 계속 넓어지고 있고 수출시장도 적극 개척해 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했다. 품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동유럽과 중동 일부 국가에 차를 수출했다가 고전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치루이차와 중국 자동차산업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루이차 부스를 떠나면서 머리 속을 스친 것은 다름아닌 포니와 엑셀이었다. 지금 글로벌 5위로 올라선 현대 · 기아차도 1980~90년대 포니와 엑셀의 품질 문제로 해외시장에서 곤욕을 치렀고,결과적으로 그 때의 쓰라린 경험은 지금 전 세계 선도권 업체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생각은 곧 '지금의 치루이차가 10년,15년 전 현대 · 기아차와 같은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선다면?''시행착오를 극복하는 시간이 현대 · 기아차보다 훨씬 짧아진다면?'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더구나 중국 업체들은 최근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틈타 델파이 브레이크시스템사업부 등 글로벌 부품회사를 잇따라 사들이고 볼보 등 선진 업체 인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마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