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이목은 현재 중국으로 몰려 있다. 하지만 좀 더 심대한 변화가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2003년에 시작된 세 나라의 국제 공조는 거의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지만,중국의 부상에 대한 공포를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넣어버릴 만큼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세 강대국의 준동맹관계는 국제질서에 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장차 이에 대한 미국의 대처가 이슈가 될 것이다.

인도 · 브라질 ·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화포럼(IBSA)은 1994년 유색인종 차별정책이 종식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새로운 동맹국을 찾아나서면서 시작됐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여기에 응답해 두 나라는 2003년 초 공식적인 협력기구를 출범시켰다. 그 해 6월 세 나라 외무장관들이 브라질리아에 모여 포럼을 결성했다. 여기서 채택한 '브라질리아 선언'에서 이들은 빈곤 · 환경 · 기술 등 후진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다룰 국제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들은 후진국의 대변인 자리를 획득했다.

IBSA는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선진국의 농업 보조금에 문제를 제기하며 21개국 연합을 결성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현재 이들은 통상 문제를 넘어서 국제안보나 국제기구개혁 등 다양한 이슈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 핵확산,인도적 개입,인권 등에서도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

중국이 IBSA의 움직임에 끼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빈국의 관점을 대변하는 국제기구를 강화하고 싶어하는 IBSA의 방침과 충돌한다. 브라질과 인도는 상임이사국 자리를 얻고 싶어하고,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07년부터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화를 바라보는 입장도 중국은 IBSA의 반대편에 서 있다. IBSA는 브라질리아 선언에서 "세계화의 혜택을 입지 못한 이들이 많다"며 국가의 역할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을 세계화의 수혜자라고 생각하고 있어 좌파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을 포용하는 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IBSA에 끼지 못하는 마지막 이유는 바로 민주주의다. 인권 시민사회 성평등은 IBSA가 가진 도덕적 자본의 핵심이다.

학자들은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연성균형'이란 표현을 쓰는데,미국의 이해관계에 도전하기 보다 그것을 억제하고 다른 방향으로 이끌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장 큰 자산은 도덕적 우월성이며,인도와 브라질 외교관은 이미 이 부분에서 최고의 평판을 가지고 있다.

중국엔 무엇이 남겨질 것인가. 현재 IBSA의 잠재적인 가입 1순위는 인도네시아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이 얻고 싶어하는 아시아 대표로서의 입지를 거의 상실하게 될 것이다.

정리=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이 글은 포틀랜드주립대 교수로 중국정치 전문가인 브루스 길리가 월스트리트저널에 '베이징이 아니라 브라질리아를 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