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일방적인 감자안이나 합병안을 잇따라 무산시키면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넥셀의 감자와 합병 시도가 소액주주들에 의해 무산된데 이어 NHS금융도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감자안을 철회했다.

NHS금융은 이날 오전 주주총회를 열고 안건으로 오른 3대 1 감자안을 자진 철회했다. 소액주주들이 감자안에 거세게 반발해서다.

NHS금융 경영진은 지난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15대 1 감자를 안건으로 올렸다가 주주들의 반대 탓에 연회를 선언하고 감자비율을 3대 1로 바꿔 이날 다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번 감자안마저 무산돼 앞으로 소액주주들과 협의 없이 회사를 이끌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감자 철회를 이끌어 낸 소액주주들은 현재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감자안이 난항이 부딪히자 NHS금융 주가는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주가상승률이 94.6%에 이른다. 이날도 오전 10시 50분 현재 7%대의 강세를 기록중이다.

제넥셀도 소액주주들이 뭉쳐 경영진이 추진했던 합병과 감자 등을 막아냈다.

지난달 31일 열린 제넥셀의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은 10대 1 감자안을 비롯 크라제와의 합병안과 이사 및 감사선임안 등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제넥셀을 통해 우회상장하려 했던 수제 햄버거 업체 크라제는 증시 입성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소액주주들은 당시 "자본잠식도 아닌데 감자를 하는 것은 주주들의 이익을 깍아먹고 경영진의 배만 채우는 행위"라고 주장했었다.

제넥셀은 크라제와의 합병 무산 이후 일주일만인 지난 7일 한국기술산업에 인수됐고, 주가는 이날 현재까지 닷새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코스닥 기업들의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전혀 신뢰 받지 못하고 있는 게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고 풀이했다. 횡령ㆍ배임, 계열사로 회삿돈 빼먹기 등 코스닥에서 벌어진 "그동안의 '업보'로 인해 소액주주가 한 목소리로 뜻을 모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 부서장은 "소액주주들이 의미있는 지분을 모았을 경우 경영진은 이를 어느정도는 반영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