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박상진 삼성디지털이미징 대표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크 앞에 선 그는 "독자기술로 하이브리드 DSLR(일안반사식카메라)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콤팩트형 디지털 카메라를 주종으로 삼던 삼성이 하이브리드 DSLR 시장을 언급하자, 업계 관심은 삼성에 쏠렸다. 왜, 삼성은 하이브리드 DSLR 시장을 노리는 걸까.

세계 최초의 카메라가 만들어진 것은 1839년의 일이다. 그 이후 170년간 카메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꾸준히 변신했다. 1925년 독일에서 최초 휴대용 수동 카메라가 만들어진 뒤 카메라 시장은 '시장포화→신종 카메라의 등장'의 법칙에 따라 움직였다. 수동카메라 시장이 호황을 누린 것은 약 60년.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자동카메라였다.

이후 시장이 다시 한번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업체들은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였다. 카메라 업체들이 시장보다 앞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시장선점을 위해 카메라업체들은 수동 디지털카메라인 DSLR를 내놓으면서 카메라의 고급화를 시도했다. 일반 디카보다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배 가량 비싼 DSLR에도 한계는 있었다. 크기가 일반 디카보다 크고 무겁다는 점 때문에 일반 디카 시장을 섭렵하는 데는 부족했다.


◆하이브리드 디카 시대

카메라 업계가 눈을 돌린 것은 일반 디카와 DSLR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제품이었다. 삼성이 독자개발에 나서겠다고 한 제품도 하이브리드 디카다. 최근에는 올림푸스,캐논 등 주요 카메라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신 성장동력'으로 하이브리드 디카를 지목하고 있어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신시장 점령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곳은 올림푸스다. 올해 광학기기 생산 90주년을 맞은 올림푸스는 '마이크로 포서드'기술을 통해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올림푸스가 개발 중인 마이크로 포서드의 개요는 이렇다. 기존 DSLR의 성능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크기와 무게를 비약적으로 줄인다는 것.카메라 내부에 거울이 차지하는 공간을 없애고 기존 DSLR보다 절반가량 두께와 크기를 줄이기로 했다. 올림푸스의 마이크로 포서드 제품이 개발되면 설계상 절반가량은 수동카메라의 구조를 지녔던 DSLR는 100% 디지털 카메라로 재탄생하게 된다.

내용은 간단해 보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광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쉽사리 하이브리드 디카에 도전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이브리드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작으면서도 성능은 한 층 업그레이드된 렌즈다. 올림푸스는 렌즈 직경을 6㎜줄이기로 했다. 올림푸스의 마이크로포서드 제품은 올 여름 시장에 선보인다.


◆파나소닉 이어 삼성도 가세

파나소닉은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올림푸스의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을 사용한 루믹스 'DMG-G1'을 내놨다. 3인치 회전형 LCD(액정 표시장치)를 보면서 촬영을 할 수 있다. 파나소닉 제품은 이전 제품보다 자동 초점 방식이 빠르고 정확해졌지만 기존 최경량 DSLR보다는 무게가 무겁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은 'NX'로 명명된 하이브리드 디카 규격을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포서드처럼 거울을 없애고 카메라 부피를 줄인 것이 특징인데, 삼성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삼성이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 디카는 올 하반기에 시장에 출시된다.

하이브리드 디카 개발 경쟁이 벌어지면서 이 시장의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권명석 올림푸스한국 영상사업본부장은 "어느 제조사가 먼저 차세대 제품을 내놓느냐보다 누가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게 되느냐에 따라 미래 시장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워지는 변종 DSLR 경쟁

DSLR가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나서면서 DSLR에 각종 기능을 더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림푸스는 DSLR의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 최근 마음대로 창의적인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아트필터'기능을 탑재한 신형 E-620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실내촬영은 물론,망원촬영을 할 때도 안정적으로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도록 강력한 손떨림 보정기를 본체에 내장했다. 본체 기준 무게도 475g에 불과해 휴대성이 한층 높아졌다. 접사에서 광각, 망원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의 렌즈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니콘은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DSLR D90으로 세몰이를 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최근 사람의 눈이 밝기에 따라 적응하는 원리를 그대로 카메라에 적용한 1200만화소 F200EXR를 내놨다. 이 카메라는 명암차가 큰 장면에서는 광각 다이내믹 레인지로 풍부한 색조를 표현해주고 어두운 장면에서는 고감도로 화면을 표현하는 기술이 내장돼 있다. 사용자가 구도만 잡으면 자동으로 감도와 해상도, 레인지를 조절해 주는 기능도 부가돼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