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매 공방이 치열하다. 외국인은 지난 9일 이후 3일 연속 순매수하는 반면 기관은 이 기간을 포함,6일째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300선에 안착한 최근 3일 동안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대량 순매수(1조1060억원)와 순매도(-1조2660억원)로 추가 상승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들의 증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데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가 오르자 서둘러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반면 기관은 주식형펀드의 주식 비중이 이미 92%로 높은 상황에서 일부 고객의 펀드 환매에 응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기금 10일 연속 매도 우위

외국인은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운수장비 철강금속 업종을 중심으로 3995억원어치를 사들여 올 누적 순매수 금액이 3조원을 넘었다. 외국인 순매수 덕분에 이날 코스피지수는 2.22포인트(0.17%) 오른 1338.26에 마감해 사흘째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최근 한달 사이에 지수가 330포인트 이상 높아진 데다 1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규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전무는 "한국 정부의 대규모 외평채 발행 성공으로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감이 진정되면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원 · 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많아 환차익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기관은 이날 5200억원어치 이상 팔아 지난해 9월29일(-7596억원) 이후 최대 순매도를 보였다. 지난 6일 이후 6일 연속 '팔자' 행진이다. 증권사만 724억원 순매수했을 뿐 투신 기금 보험 은행 종금 등 나머지 기관은 모두 매도 우위였다.

특히 연기금의 매도 공세가 거센 점이 두드러진다. 연기금은 지난 주말 2950억원을 처분한 데 이어 이날도 1788억원어치를 팔아치워 10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종목에 대해 차익 실현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치열한 매매 공방 속에 장중 수시로 사고팔며 눈치를 보는 양상이 뚜렷하다. 이로 인해 주식 매매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5조원대로 불어난 상태다.
◆1분기 실적이 변수

외국인과 기관은 지수가 1300선으로 올라서자 추가 상승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승원 UBS 주식부 전무는 "외국인 가운데는 그동안 급등한 주가에 대해 부담을 느껴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다 계속 상승세를 타자 어쩔 수 없이 사러 들어오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관련 펀드로도 4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는 등 수급 상황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앞으로 다소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무는 "1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외국인이 다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며 "미 증시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매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기관은 기본적으로 코스피지수가 1300선 위에서 안착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 상승이 가파른 측면이 있다"며 "당분간 실적을 확인하면서 쉬어갈 가능성이 짙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기관의 실탄인 주식형펀드 자금 사정도 좋지 않다.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은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7거래일 중 5일간 1500억원 이상 빠져나갔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