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서 지난해 초부터 사들인 임야를 개간해 공장용지로 분양하려 했던 사업자 A씨는 낭패를 봤다. 사업 시작 당시만해도 치솟던 공장용지 값이 경기 한파를 맞으며 떨어진 데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로 분양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은 중지되고 땅은 올해 초 경매로 넘어가 이미 한 차례 유찰된 상태다.

지난해 여름까지만해도 '잘 나가던' 공장용지가 세계경제 위기에 된서리를 맞았다. 경영난으로 사업을 접는 공장이 늘어나고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공장용지 가격이 급락하고 팔리지 않는 물건은 잇따라 경매시장에 던져지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수도권 일부 공장용지의 값이 1년 새 50%나 뛰며 제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것과 딴판이다.

◆추락하는 공장용지 값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전월대비 0.54%까지 치솟았던 공장용지 값은 9월부터 상승세가 둔화되더니 11월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다. 12월에는 2.86% 떨어졌으며 올 1,2월에 들어서도 각각 -0.72%,-0.34%로 하락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2007년 한햇동안 4.49%나 오르며 농지 대지와 같은 조사지목 중 가장 높은 지가 상승률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실제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3.3㎡(1평)당 600만원 정도 하던 경기도 남동공단의 용지가격은 이번 달에 400만원까지 떨어졌다. 2006년 6월 350만원에서 시작해 급등한 가격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시화 · 반월공단 역시 3.3㎡당 매매가가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떨어졌으며 급매는 평당 250만원까지 나와 있다. 인근의 박동규 맥스부동산 부장은 "최근 자동차 협력업체의 도산이 많다보니 매물이 많이 나오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땅값이 계속 떨어진다"면서 "100억원하던 공장용지가 70억원까지 협상이 됐는데 결국 안 사더라"고 혀를 찼다.

◆수도권 용지,반값에 낙찰도

경매로 나온 공장용지도 늘어나고 있다. 13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2월 9건에 불과했던 공장용지 경매물건이 올해 3월에는 22건으로 늘어났다. 설비시설까지 통째로 나온 경매물건도 3월 481건으로 1년 전보다 120건 정도 늘었다. 경매로 넘어가서도 감정가 5억6456만원의 경기 포천 공장용지가 몇 번의 유찰 끝에 3억500만원(감정가 대비 54%)에 낙찰되는 등 제값을 못 받고 있다.

파주지역 토지를 취급하는 박종영 크로바공인 대표는 "공장용지 수요가 많던 시절 융자를 받아 개발에 뛰어들었던 사업자들이 분양 대상을 물색하지 못해 땅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늘었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값이 떨어진 만큼 투자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경기가 살아나면 시세 차익을 누릴 수도 있는 데다 안산과 파주 일부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사업자가 아니라도 공장용지 매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강공석 투모컨설팅 사장은 "경기가 회복되면 가장 먼저 오르는 게 공장용지"라며 "다만 당분간은 손해가 불가피한 데다 값이 떨어져도 개별 물건의 덩치(매매가)가 커서 쉽게 매수세가 붙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