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예금 금리를 계속 낮춰왔던 상호저축은행들이 다시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붙잡아 두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W저축은행은 9일부터 금리를 0.2%포인트 올려 1년만기 정기예금에 연 5.0%의 이자를 주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연 4.5%의 이자를 줬지만 최근 금리를 연 4.8%로 올렸다. 삼화저축은행도 이달 들어 연 4.7%에서 연 4.9%로 금리를 인상했다.

아직까지도 연 3%대의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이 남아있고 대다수 저축은행들이 연 4%대 초반의 이자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동결하는 등 더 이상 금리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활기를 찾은 것도 금리 인상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예금의 만기가 돌아온 고객들이 연장하지 않고 돈을 찾아가는 일이 많아졌다"며 "증시 쪽으로 투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를 많이 주는 것 외에는 고객 이탈을 막을 방법이 없어 금리 인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 움직임이 저축은행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며 최근 몇 개월간 대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또다시 고금리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유가 있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 중소형 저축은행들도 경쟁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최근 몇 개월간 제대로 대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형사들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