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다소 한산한 느낌이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심심치 않게 사람들이 들락거렸지만 요새 상황은 약간 다르다. 가격이 급등하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맥이 조금 빠져있는 모습이다.

중개업소 사장은 "집값이 2007년 상반기 최고 수준에 근접해지면서 매수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지난주에는 재건축을 할 때 소형주택 의무배치가 폐지되지 않을 것이란 소식까지 전해져 매수세가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재건축 아파트 매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살고 있다는 김 모씨(52)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강남으로 옮겨보려는 계획을 세우고 연초부터 알아보고 있었는데 집값이 순식간에 올랐다"며 "2월 초 괜찮은 물건이 나왔을 때 눈 딱감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미련이 남아 혹시 급매물이 있는지 알아보러 왔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해 연말부터 기세 좋게 올랐다. 작년 10월에 터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폭락했던 가격은 7개월 만에 회복됐다. 한강변에 있는 서초구 한신5차 아파트 116㎡(35평)형의 경우 작년 11월쯤 6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9억3000만원에 호가된다. 최고 수준 가격이었던 10억8000만원의 90%까지 치솟았다. 반년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얼마나 가파르게 뛰는지 중개를 하면서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며 "지금 매입을 하면 단기적으로 상투를 잡는 꼴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격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12㎡형의 매도호가가 지난해 말에 9억5000만원까지 추락했으나 지금은 11억5000만원 미만에는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B공인 관계자는 "11억40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된 이후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강변 초고층 개발 덕으로 한강과 붙어있는 단지들의 가격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강남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지난 1월과 비교할 때 20~30%가량 올랐다. 지난해 말 8억원 초반에도 팔렸던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제2롯데월드 건설 호재까지 겹혀 112㎡의 요즘 호가가 11억1000만~11억3000만원이다.

지금도 강남구 개포주공과 강동구 고덕주공 등을 비롯한 저층 재건축 아파트들은 상승세가 그치지 않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 42㎡형은 다섯달 전 5억원대 초반에도 거래가 이뤄졌으나 이달 들어 7억4000만원에 팔렸다. 쉽게 말해서 일주일에 1000만원씩 올랐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것 같아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에게 요즘에 금리가 낮으니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두라고 권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요즘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쉬었다.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72㎡형이 6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9억5000만원에 호가된다. 반포주공1단지 안에 자리잡은 C공인 관계자는 "교포들이 재건축 아파트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시장을 주도하는 형국"이라며 "교포들은 지명도가 있는 단지만을 대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유명 재건축 단지일수록 가격상승 압력이 크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지금 투기지역 ·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소형평수 의무비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모 사장은 "최근 가격이 급하게 오른 데에는 규제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컸는데 앞으로도 대출규제가 풀리지 않고,사업성이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게 된다면 오름세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