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하이투자증권(옛 CJ투자증권)과 하이자산운용이 △모회사의 지원 중단 △핵심인력 이탈 △신규사업의 실패 등 삼면초가(三面楚歌)에 빠졌다.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대표가 취임한 뒤 업계 5위권 대형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취임 7개월이 지난 현재 각종 사업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모회사 지원 전면중단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허리띠를 졸라 매고 홀로서기에 나선 상태다.

하이투자증권의 한 임원은 "대주주인 현대중공업도 조선업계 시황 악화로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추가 투자를 전면중단했다"고 전했다. 업계 5위권 대형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플랜을 세웠지만 모회사로부터 '실탄'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 것.

현대중공업 계열로 편입된 이후 하이투자증권의 사업성과는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의 공장이 들어서 있는 울산 등에 지점을 개설한 것과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외에는 두드러진 게 없다. 업계 관계자는 "모회사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형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핵심인력 이탈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수 인력의 이탈이다. 하이자산운용의 경우 펀드를 운용해야 하는 핵심인력들의 자리에 공백이 생기면서 펀드 운용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기봉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유진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채권운용본부장을 맡고 있던 C씨 등 주요 운용인력들도 잇따라 회사를 이탈했다.

여기에 부당노동행위 분쟁까지 일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특별자산본부장이었던 L씨를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빌미로 면직시켰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L씨의 면직 사유가 부당하다며 복직과 휴직기간 동안 금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지만, 하이자산운용은 판정에 불복해 재심이 진행중에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하이자산운용의 간판펀드인 '지주회사플러스'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했다는 이유로 전부터 운용본부가 압박을 많이 받아왔던 걸로 안다"면서 "중요 운용인력들이 한꺼번에 대거 빠져나가 안타깝다"고 전했다.

하이자산운용 특별자산운용본부 내 부동산팀도 임원 및 팀장급들이 그만두면서 팀이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상태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특별자산운용본부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부터 회사가 일방적으로 신규 업무를 중단시켜 펀드 설정에도 애로를 겪는 등 내부 직원들의 고충이 컸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펀드 회수 등 각종 사업 고배

주요사업도 삐거덕 거리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는 500억원 규모 펀드에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연금이 서류 기재 오류를 이유로 운용자금을 회수한 것. 지난 1월 위탁사 선정시 하이자산운용이 제출한 서류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았던 문책사항이 누락돼 있다는 게 자금 회수 이유였다.

하이투자증권이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성장을 꿈꾸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퇴직연금사업도 40명까지 늘리려던 퇴직연금팀 인원을 20명으로 축소하는 등 힘을 잃은 모습이다.

속앓이를 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운용이 전에 없이 악화된 시장환경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