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얼고 녹을 때 물과 얼음이 공존하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평면(2차원)과 선(1차원)이 공존하는 영역이 존재할까.

최석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38)와 이현우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39)팀은 메모리 등 저장장치에 이용되는 나노소자의 폭을 점점 줄여 선의 형태로 만들 때 평면과 선의 특성이 공존하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계 최초로 차원의 변환 현상을 규명한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9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자기물질인 코발트-철 합금 박막의 폭을 4.2㎛(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서 150㎚(나노미터=10억분의1m)로 점차 줄여가면서 외부 자기장을 가하고 그 세기를 변화시키면서 자석의 기본단위인 자구벽(Domain Wall)의 확장 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합금 박막의 폭이 4.2㎛~756㎚일 때는 자구벽의 확장 속도가 전형적인 평면의 특성을 보였으나 폭이 500㎚로 줄자 선(1차원)의 성질이 나왔고,150㎚부터는 전형적인 선의 특성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이 물질의 경우 선 폭이 500㎚~150㎚인 구간이 평면과 선의 특성이 공존하는 영역이고,500㎚ 이상은 2차원(평면),150㎚ 이하는 선(1차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네이처는 "지금껏 많은 과학자가 풀지 못했던 문제를 명확히 해결해주는 매우 신뢰성이 높은 첫 실험 증거"라며 "앞으로 주목받을 다양한 나노소자의 개발과 응용에 독창적 기여를 할 훌륭한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순수과학의 일환으로 시작됐지만 나노스핀트로닉스(전자의 전하와 더불어 스핀까지 제어해 소자를 개발하는 기술) 등 차세대 나노기술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필요한 기초 원리를 제공해 이 분야 산업 전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