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고통 분담과 고용 안정을 골자로 한 노사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SK는 그룹 창립 56주년을 맞아 8일 경기도 용인 SK아카데미에서 'SK 한마음 한뜻 대(大) 선언식'을 열고 어려울 때 노조가 고통을 분담하는 대신 회사는 고용안정에 노력해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의 노사 상생방안에 합의했다.

개별기업 노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평화선언을 한 적은 있지만,그룹단위 전체 노사가 고통분담과 고용안정을 합의한 것은 처음이다. 양측은 이날 △일자리 창출과 유지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 △기업가치의 지속적 창출 △성과에 따른 합리적 보상 △노조 · 구성원의 고통분담 및 회사의 고용안정 노력 △성숙한 노사관계를 SK의 기업문화로 발전시키는 데 협력키로 했다.

이에 따라 SK는 임직원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을 피하고 구성원은 임금인상 자제 등 고통분담에 동참할 계획이다. 노사 양측은 또 건전하고 성숙한 노사문화 발전을 위해 'SK노사문화 연구회'를 공동 설립,운영키로 했다.

선언식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박영호 SK㈜ 사장,구자영 에너지 사장,정만원 텔레콤 사장 등 13개 계열사 대표와 해당 계열사별 노조위원장(구성원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지혜롭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준 노조 측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SK는 이제 최악의 환경이 닥치더라도 이를 이겨내고 도약할 수 있는 강한 기업문화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주석 SK 노조위원장 대표는 "이번 대 선언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실천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회사는 조직원을 믿고 투자하고,조직원은 회사를 위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의 노사대타협은 올해 초부터 경영진과 노조 측 간 긴밀한 접촉을 통해 이뤄졌다. 김세대 SK㈜ 기업문화부문장은 "오랜 기간의 무분규 전통과 인간존중의 기업문화로 상호 신뢰가 쌓여 있었기 때문에 대타협이 가능했다"며 "그룹 차원의 노사대화합을 도출한 것은 국내 기업사에 찾아보기 힘든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