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올 들어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부분 100% 가까운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대형 석유화학업체들의 잇단 감산에 따른 수급여건 개선으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 가격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수요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작년 말 이후 일제히 감산에 들어간 중국 석유화학공장들이 가동을 재개할 경우 한국산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공장가동률 100% 수준 회복

작년 말 한때 50%까지 떨어졌던 유화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달 이후 거의 100% 수준을 회복했다. LG화학 충남 대산 공장은 작년 12월 85%의 공장 가동률을 보였지만 지난달 이후 100% 가동되고 있다. 삼성토탈과 금호석유화학이 각각 대산과 울산 · 여수에서 운영 중인 공장의 가동률 역시 100%로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제3공장 가동을 중지하며 70%대 가동률을 유지했던 여천NCC 역시 최근 가동률을 100%로 높였다. 금호석유화학도 합성고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지난달 이후 울산과 전남 여수 등지의 공장을 100% 풀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부터 평균 공장 가동률을 60~70% 수준으로 낮춰 운영해 왔다.

벤젠 · 톨루엔 · 자일렌(BTX)을 생산하는 SK에너지 석유화학공장도 90% 수준의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올 들어 재고 부담이 감소한 데다 중국 지역의 수요가 늘면서 가동률을 다시 높이게 됐다"며 "주문이 밀려 가동률을 추가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제품 가격 반등세

석유제품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올초 중국 수출 가격이 t당 825달러였던 HDPE(고순도 폴리에틸렌)는 지난 3일 현재 1080달러로 30.9%,LDPE(저밀도 폴리에틸렌)는 855달러에서 1060달러로 23.9%가량 각각 상승했다. PP(폴리프로필렌) 가격도 t당 775달러에서 1050달러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주요 구매선들이 제품가격 추가 하락 기대감 때문에 주문을 미루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며 "주문이 점차 늘고 있으며 중국의 경기 부양책까지 가세할 경우 시황은 빠르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몇 달째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등 제반 여건도 개선됐다. 지난해 t당 1400달러까지 치솟았던 나프타 국제가는 올 들어 300달러 후반에서 400달러 초반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나프타 가격이 t당 1000달러 수준에서 400달러 수준으로 단기 급락,수개월 전 미리 구입한 나프타 가격을 제품 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수백억원씩의 재고 차손(재고자산 평가차손)을 떠안기도 했다.

◆'반짝 상승세' 지적도

석유화학업체들의 가동률 상승은 최근 중국이 내수 진작에 나서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농민이 물건을 살 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샤샹(下鄕) 정책'을 도입하는 등 경기 부양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은 기반 산업인 석유화학 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체 자급률이 높지 않은 제품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짝 회복세'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현재의 시장상황 호전은 작년 말 유화업체들이 급격하게 생산량을 줄인 데 따른 일시적 반등 현상이란 지적이다. 중동 지역에서 건설 중인 석유화학 공장들이 올 하반기 잇따라 가동에 나설 경우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