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신청하자 빚독촉 전화 '뚝'…숨통이 트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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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8000만원 빚더미 탈출 이갑수씨
"저를 빚의 수렁에 밀어넣은 건 신용카드였고,구한 건 '자린고비'도 울고 갈 '짠돌이 생활'과 개인회생 절차였습니다. "
개인회생 절차를 통해 은행 · 카드 빚 8000만원을 갚고 빚의 굴레에서 벗어난 이갑수씨(45 · 가명)를 그의 직장인 서울 강남구 S자동차학원에서 최근 만났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 도중 이씨의 표정에선 씁쓸함과 자신감이 수시로 교차했다. 어이없이 신용카드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된 데 대한 '회한'과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는 '희망'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개인회생 절차가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2004년 9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만 100여명의 채무자들이 개인회생 절차를 통해 자신의 빚을 성실하게 갚고 면책을 받았다.
이씨는 성공적으로 개인회생 절차를 마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1995년 지인과 동업해서 자동차학원을 차렸다. 하지만 학원이 1997년 운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억대의 투자 자금을 모두 날렸다. 궁여지책으로 지금 일하고 있는 S자동차학원에 강사로 취직했다. 당시 전셋집을 구할 돈도 없어 학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이렇게 3년간 1900만원의 종자돈을 모았다. 이 돈에 전세자금 대출 1500만원을 더해 3400만원짜리 전세방을 얻었다.
문제는 집 주인이 갑자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집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느낀 이씨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36㎡(11평)짜리 빌라 1층을 6000만원에 덜컥 계약해 버렸다. 기존 전세 자금(3000만원)으로는 모자라 주택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이로 인해 그의 빚은 모두 4500만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돈 들어갈 일은 입주 후에도 계속됐다. 장판을 새로 깔려고 보니 보일러 파이프가 터져 있었다. 수도관과 창문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입주한 그날로 모든 짐을 창고에 맡기고 집 수리에 나섰다.
이미 4500만원의 빚을 진 그에게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처음 갖게 된 집을 고칠 생각에 정신 없었던 그는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2000만원가량의 집수리 비용을 현금 서비스를 통해 조달하느라 하나밖에 없었던 신용카드는 8개로 늘어났다. 원금에 현금 서비스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자 이른바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신용카드라는 게 정말 독이 든 꿀단지였죠.너무 쉽게 돈을 빌려 주니까요. 또 그 당시에는 길거리에서도 간단한 서류만 쓰면 신용카드를 나눠 줬거든요. 그런데 100만원 현금 서비스에 이자가 붙어 갚아야 할 돈이 순식간에 150만원,200만원으로 늘더라고요. 그야말로 뒤통수 제대로 맞은 겁니다. "
견디다 못한 이씨는 2005년 2월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집을 처분한다면 빚을 어느 정도 갚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산 집을 뺏기기 싫었다. 그래서 주택담보 대출 3000만원을 제외한 빚 8000만원에 대해서만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대신 주택담보 대출은 회생 절차가 끝나는 2010년까지 상환 기한을 유예받았다.
매달 180만원을 받는 월급쟁이인 그에게 8000만원이라는 은행 · 카드 빚은 감당하기 힘든 벽이었다. 법원은 이 빚에 대해 원금 5000만원을 갚으면 이자 3000만원을 면책해 준다는 조건으로 회생 신청을 승인했다. 이씨는 이를 악물고 빚을 갚아 나갔다. 매달 160만원을 빚 갚는 데 쓰겠다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조정위원이 무리라며 140만원으로 낮춰 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루 세 끼를 회사에서 나오는 '공짜 밥'으로 해결하면서 '짠돌이' 생활을 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꿈도 꾸지 않았다. 대신 공짜로 술을 마실 수 있는 회식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끼었다. 회생 절차 기간 중 만난 아내와의 데이트도 대부분 집에서 해결했다.
이씨는 "주위에서는 재산을 숨기고 개인 파산을 신청하면 고통스러운 회생 기간 없이 빚을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도 했지만 양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어차피 내가 빌려서 쓴 돈은 내가 해결하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기를 3년7개월. 이씨는 마침내 지난해 9월 빚을 모두 갚고 이자 3000만원을 면책받았다. 단 한 번도 밀리지 않고 법원이 정해 준 계획대로 성실하게 빚을 갚아 나간 덕분이었다. 내년까지 갚아야 할 3000만원가량의 주택담보 대출이 있지만 이씨는 개인 회생의 경험을 살려 성실하게 갚아 나갈 계획이다.
이씨는 "회생 신청을 하자 매일같이 오던 빚 독촉 전화가 끊겨서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는 신용카드도 딱 1개만 만들고 정말 필요할 때만 쓰는 계획적인 소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개인회생 절차를 통해 은행 · 카드 빚 8000만원을 갚고 빚의 굴레에서 벗어난 이갑수씨(45 · 가명)를 그의 직장인 서울 강남구 S자동차학원에서 최근 만났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 도중 이씨의 표정에선 씁쓸함과 자신감이 수시로 교차했다. 어이없이 신용카드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된 데 대한 '회한'과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는 '희망'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개인회생 절차가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2004년 9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만 100여명의 채무자들이 개인회생 절차를 통해 자신의 빚을 성실하게 갚고 면책을 받았다.
이씨는 성공적으로 개인회생 절차를 마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1995년 지인과 동업해서 자동차학원을 차렸다. 하지만 학원이 1997년 운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억대의 투자 자금을 모두 날렸다. 궁여지책으로 지금 일하고 있는 S자동차학원에 강사로 취직했다. 당시 전셋집을 구할 돈도 없어 학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이렇게 3년간 1900만원의 종자돈을 모았다. 이 돈에 전세자금 대출 1500만원을 더해 3400만원짜리 전세방을 얻었다.
문제는 집 주인이 갑자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집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느낀 이씨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36㎡(11평)짜리 빌라 1층을 6000만원에 덜컥 계약해 버렸다. 기존 전세 자금(3000만원)으로는 모자라 주택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이로 인해 그의 빚은 모두 4500만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돈 들어갈 일은 입주 후에도 계속됐다. 장판을 새로 깔려고 보니 보일러 파이프가 터져 있었다. 수도관과 창문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입주한 그날로 모든 짐을 창고에 맡기고 집 수리에 나섰다.
이미 4500만원의 빚을 진 그에게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처음 갖게 된 집을 고칠 생각에 정신 없었던 그는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2000만원가량의 집수리 비용을 현금 서비스를 통해 조달하느라 하나밖에 없었던 신용카드는 8개로 늘어났다. 원금에 현금 서비스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자 이른바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신용카드라는 게 정말 독이 든 꿀단지였죠.너무 쉽게 돈을 빌려 주니까요. 또 그 당시에는 길거리에서도 간단한 서류만 쓰면 신용카드를 나눠 줬거든요. 그런데 100만원 현금 서비스에 이자가 붙어 갚아야 할 돈이 순식간에 150만원,200만원으로 늘더라고요. 그야말로 뒤통수 제대로 맞은 겁니다. "
견디다 못한 이씨는 2005년 2월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집을 처분한다면 빚을 어느 정도 갚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산 집을 뺏기기 싫었다. 그래서 주택담보 대출 3000만원을 제외한 빚 8000만원에 대해서만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대신 주택담보 대출은 회생 절차가 끝나는 2010년까지 상환 기한을 유예받았다.
매달 180만원을 받는 월급쟁이인 그에게 8000만원이라는 은행 · 카드 빚은 감당하기 힘든 벽이었다. 법원은 이 빚에 대해 원금 5000만원을 갚으면 이자 3000만원을 면책해 준다는 조건으로 회생 신청을 승인했다. 이씨는 이를 악물고 빚을 갚아 나갔다. 매달 160만원을 빚 갚는 데 쓰겠다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조정위원이 무리라며 140만원으로 낮춰 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루 세 끼를 회사에서 나오는 '공짜 밥'으로 해결하면서 '짠돌이' 생활을 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꿈도 꾸지 않았다. 대신 공짜로 술을 마실 수 있는 회식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끼었다. 회생 절차 기간 중 만난 아내와의 데이트도 대부분 집에서 해결했다.
이씨는 "주위에서는 재산을 숨기고 개인 파산을 신청하면 고통스러운 회생 기간 없이 빚을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도 했지만 양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어차피 내가 빌려서 쓴 돈은 내가 해결하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기를 3년7개월. 이씨는 마침내 지난해 9월 빚을 모두 갚고 이자 3000만원을 면책받았다. 단 한 번도 밀리지 않고 법원이 정해 준 계획대로 성실하게 빚을 갚아 나간 덕분이었다. 내년까지 갚아야 할 3000만원가량의 주택담보 대출이 있지만 이씨는 개인 회생의 경험을 살려 성실하게 갚아 나갈 계획이다.
이씨는 "회생 신청을 하자 매일같이 오던 빚 독촉 전화가 끊겨서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는 신용카드도 딱 1개만 만들고 정말 필요할 때만 쓰는 계획적인 소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