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로 외화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당초 예정대로 외화 조달에 나서기로 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초 예정대로 외화조달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6일 일본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한 뒤부터 지금까지 그 영향에 대해 외국의 투자은행(IB)들,그리고 일본 금융권과 논의를 한 결과 큰 영향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북한의 로켓 발사에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행장은 7일께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3년 만기 민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두 은행이 필요할 경우 각각 3000억원과 200억엔까지 서로 대출해 주는 계약이다. 기업은행은 이렇게 조달한 엔화를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재원으로 활용키로 했다.

산업은행도 예정대로 다음 달께 사무라이본드(외국기업이 일본에서 엔화로 발행하는 채권)를 발행키로 했다. 정경채 산업은행 부행장은 "북한의 로켓 발사는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별 영향이 없다는 게 국내외 금융시장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북한이 발사한 것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 아니고 인공위성이란 점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된 의미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도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 발행에 이어 이달 중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로 채권을 발행키로 했다. 규모는 10억링기트로 3억달러에 해당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글로벌채권 10억달러를 발행할 때도 북한의 로켓이 이슈였던 시점"이라며 "북한 리스크는 한국 금융계가 과거부터 안고 있었던 문제인 만큼 새롭게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외국 금융사들의 진단"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정부의 지급 보증을 받아 3년 만기로 10억달러의 글로벌채권을 발행했는데 전 세계 275개 기관투자가가 60억달러를 청약,성공리에 발행을 마쳤다. 은행에 이어 정부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예정대로 발행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특히 5년 만기 외평채의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스프레드가 최근 한 달 동안 크게 떨어져 3%포인트 아래로 내려온 만큼 로켓 발사로 외평채 발행에 차질이 생길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CDS 스프레드가 하락한다는 것은 부도 위험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박준동/김현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