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조작한 바이러스를 양극재료로 사용한 고출력의 '바이러스 배터리'가 한국과 미국의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KAIST 공동연구진은 10나노미터(㎚=10억분의1m)에 불과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고효율의 양극재료를 대량 생산하고 여기에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탄소나노튜브(CNT)를 붙여 고출력 리튬 이차전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발표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3일자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는 MIT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윤정씨(35)와 이현정씨(32) 등이 속한 안젤라 벨처 교수 연구팀과 강기석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34)가 참여했다.

현재 휴대폰,노트북 컴퓨터 등에 널리 쓰이는 리튬 이차전지(충전이 가능한 전지)는 향후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의 동력원 및 전력 저장시스템용 대형전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수명,출력,안전성 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자연계에 대량 존재하면서 인체에 무해한 M13이라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바이러스 몸통에는 양극재료(비정질 철 인산계),바이러스 꼬리에는 탄소나노튜브가 선택적으로 달라붙게 했다. 지금까지 비정질 철 인산계 양극재료는 안전성은 높지만 출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연구팀은 바이러스와 결합시키면 리튬이온의 이탈속도가 증가하고 탄소나노튜브로 전기전도도를 증가시켜 고출력의 리튬이차전지 제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방법으로 제조된 양극재료를 사용하면 기존 리튬 이차전지보다 출력이 10배 가까이 좋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벨처 교수팀은 이미 2006년 사이언스지를 통해 바이러스로 합성한 이차전지 개념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바이러스로부터 합성이 쉬운 음극재료(코발트산화물)를 이용했는데 양극재료의 경우에는 이 같은 방법으로 합성이 어렵고 전기 전도도가 낮았다.

제1저자로 참여한 이윤정씨는 "이번 연구를 통해 양극과 음극 모두 바이러스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바이러스 배터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