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선 코스닥기업에 대한 회계법인 감사가 종전보다 깐깐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그동안 편법을 통해 퇴출(상장폐지)을 모면했던 코스닥 한계기업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감사의견 거절'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목되는 변화라는 지적이다.

현재 퇴출이 확정됐거나 퇴출위기에 몰린 상장사 65곳 가운데 감사의견이 거절된 곳은 절반이 넘는 33개사(코스닥시장 22개,유가증권시장 11개)로, 작년 16개사에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가운데 회계사들의 판단이 많이 개입되는 '계속기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 감사의견 거절은 지난해 5건에서 올해 13건으로 늘었다. 어떻게든 상장을 유지하려는 한계기업들의 꼼수를 막기 위해 회계사들이 엄격한 잣대를 꺼내든 결과라는 분석이다. 감사의견 거절이란 회계법인이 상장사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제시를 거부하는 것으로 퇴출사유가 된다.

한 회계사는 "투자자 보호와 증시 건전화 차원에서 한계기업 퇴출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 회계법인들이 감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회계감사를 대충 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우려도 의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거래소가 올해부터 가동한 '퇴출 실질심사'제도도 회계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실질심사 퇴출 1호로 정해져 마지막 이의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뉴켐진스템셀(옛 온누리에어)은 회계법인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거래소가 매출액을 부풀렸다며 퇴출을 결정,해당 회계법인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영향인지 코스닥기업인 이노블루는 회계법인이 매출 일부를 불인정해 '2년 연속 매출액 30억원 미달' 사유로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그동안 증시에서는 코스닥 한계기업들의 퇴출 모면과 관련, 일부 회계법인에 대해 해당 기업의 대주주와 "한통속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깐깐해진 회계 감사는 상장을 유지하는 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높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의 코스닥시장 정화 의지에다 회계감사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맞물리면 우량 상장사들이 재평가받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