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한다. 중국은 또 미주개발은행의 4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아르헨티나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 금융 패권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31일 홍콩 봉황TV에 따르면 중국 구매사절단은 이달 말부터 열흘간 워싱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구매사절단 파견 시기는 오바마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미 · 중 전략적경제대화 직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미 · 중 전략적경제대화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환율 적정성 △보호주의 △중국의 미 국채 매입 지속 여부 등 민감한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이 같은 점을 고려,미국의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2006년 이후 중국이 세 차례 미국에 구매사절단을 파견했지만 그때는 위안화 환율 등에 공격적인 미국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중국이 가진 우월적 지위를 각인시키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세 차례의 구매사절단 파견을 통해 항공기 전자 · 정보기기 등 총 624억달러어치 물품을 사들였다.

한편 중국은 미주개발은행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간 관계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또 아르헨티나와 795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활용,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국제경제정치연구소 왕탕밍 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통해 확실한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며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조만간 가시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