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내놓은 '미분양아파트 해소방안'은 지난해 10월 미분양 대책 발표 이후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미분양아파트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민간자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 보증을 통해 미분양아파트에 투자하는 펀드,리츠 등 민간자금에 대해 위험부담을 최소화해 시중 여유자금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투자리스크 최소화

미분양아파트 중에서도 이미 준공된 미분양아파트(4만8000가구)와 달리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준공 전 미분양아파트'(11만4000가구)에 투자할 때 유인책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민간 펀드나 리츠가 준공 전 미분양아파트에 투자한 뒤 건설사가 부도났을 경우 대한주택보증이 완공까지 책임져 주기로 했다. 건설사에서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할 때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게 해 주고,투자기간이 끝난 뒤에도 미분양아파트가 팔리지 않을 경우 대한주택공사가 시가의 70% 수준에서 되사주기로 했다. 펀드나 리츠 입장에서는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매입한 미분양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팔 경우 이익을 남길 수 있고,설령 미분양아파트를 팔지 못하더라도 최초 투자금액만큼을 정부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매입가격은 분양가의 50~70% 선"

펀드와 리츠를 통해 매입할 수 있는 미분양아파트 가격이나 물량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4~5월 중 주택공사 대한주택보증 등이 참여하는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고 증권사들에서 구체적인 펀드,리츠 투자계획을 받은 뒤 매입물량과 매입가격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분양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어느 정도까지 가격을 낮춰 파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매입가격은 분양가의 50~70%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이 좋지 않은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시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펀드,리츠에 가격을 낮춰 팔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최소 2만5000가구 정도의 미분양아파트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등 투자 여건에 따라서는 자금유입 규모가 5조~10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며 "아파트 평균 매입가를 2억원으로 계산할 경우 해소 물량은 2만5000가구에서 최대 5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엇갈리는 시장 반응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아직 준공되지 않은 미분양아파트에 시중 여유자금이 유입돼 어느 정도의 미분양아파트 해소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일부 자금난에 빠진 중소업체의 유동성 해결에 도움이 될 뿐 전반적인 미분양아파트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리츠 등은 분양가의 70% 정도로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고 있는데 그나마 20%는 펀드투자자 보호 등의 명목으로 유보시켜 실질적으로 50%에 사들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별로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를 10~20%만 낮춰도 미분양 주택을 시장에서 팔 수 있는데 굳이 반값에 펀드에 넘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B사 관계자도 "이번 대책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건설사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미분양 해소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미분양 문제는 실물경기와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이건호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