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은행 대출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은행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대출금리에 포함되는 판매마진을 기존 0.8%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0.3%포인트 줄이고 소득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고객에게 붙였던 0.3%포인트의 가산금리를 폐지한다고 29일 발표했다.

또 주거래 고객에 대한 우대금리를 종전 0.1%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확대하고 소형주택(전용면적 60㎡ 이하)을 가진 고객에 대해서는 근저당설정비용을 은행에서 부담하는 방식으로 0.2%포인트의 금리를 깎아 주기로 했다.

이 같은 금리 인하 조건을 모두 적용받을 경우 연 1%포인트의 금리 인하 효과가 생긴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 혜택은 개인 주택담보대출자에게 적용되며 신축 아파트 입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집단대출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신한은행도 다음 달 1일부터 0~0.6%포인트이던 우대금리를 0.3~0.9%포인트로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소득이 없는 고객에게 붙이던 0.2%포인트의 가산금리와 담보 종류에 따른 가산금리 0.3%포인트,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에 대한 가산금리 1.5%포인트가 폐지된다. 따라서 신한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고객은 일괄적으로 0.3%포인트의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조건에 따라서는 최대 2.3%포인트까지 금리가 내려간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대 중반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시 금리 기준으로는 이미 연 4%대로 내려가 있다.

그러나 그간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락,주택담보대출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일선 영업점장 재량에 따라 각종 가산금리를 더해 실제로는 연 5%대 중반의 금리가 적용돼 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로 은행의 수익이 줄어드는 부분은 비용 절감 등 자체적인 경영합리화 노력을 통해 흡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7일 주주총회에서 "은행 대출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에 공감한다"며 금리를 인하할 뜻을 내비쳤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림에 따라 다른 은행들도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해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가산금리를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월 말 결산이 끝나면 이를 토대로 거래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다시 평가하는데 이때 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에 대해서도 종전과 같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조만간 구체적인 금리 인하 폭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금리 인하시 은행의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