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올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여 내년쯤에는 봄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스티븐 버드 씨티그룹 북아시아 최고경영자(CEO) 겸 아시아태평양 소비자금융 대표는 지난 27일 기자와 만나 "힘든 시기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아시아지역에서부터 부는 훈풍이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씨티그룹에서 한국 중국 홍콩 대만 시장의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버드 대표는 한국씨티은행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버드 대표는 "과거 50년간 있어왔던 경기침체기를 분석해 보면 평균 23개월간 불황이 지속됐다"며 "이번 금융위기는 시작된 지 15개월이 지났고 앞으로 8개월간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보유액이 많고 부채가 적다는 게 장점"이라며 "이번 위기도 아시아국가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해서가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니 만큼 회복 속도도 빠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드 대표는 "한국 정부가 은행에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자금을 공급하거나 29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한 것은 매우 '액티브(적극적인)'한 정책"이라며 "다른 주요 국가들도 이러한 경기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드 대표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등도 해외에서 본받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축통화 논쟁에 대해서는 중국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버드 대표는 "유럽연합(EU)이 유로화를 발행해 미국에 견줄 만한 경제 규모를 갖춤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당장은 힘들지만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에 포함시키는 것이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드 대표는 최근 씨티그룹을 둘러싼 악재와 관련,"최근 포스코의 회사채 발행,SK텔레콤의 전환사채 발행,한국 정부의 국채 발행 주관사가 모두 씨티"라며 "그만큼 씨티의 역량과 서비스에 대한 한국의 수요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씨티의 장점인 글로벌 뱅킹 능력을 통해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현대나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