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해설 덕분에 클래식이 좋아졌어요. " "불황 시름도 잊고 아름다운 선율에 몸을 맡겼죠."

지난 28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0회 '한경 기업사랑 음악회'는 유쾌한 봄날의 정취를 마음껏 즐긴 자리였다. 이번 콘서트의 부제는 '금난새 · 유라시안필과 함께 떠나는 클래식 여행'.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금난새씨의 노련한 지휘와 재치있는 해설이 어우러져 120분 내내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아리아,비제의 유일한 심포니 '교향곡 1번'이 인기를 끌었다.

소프라노 문혜원과 서활란,바리톤 송기창은 뛰어난 노래 실력에 능청스러운 연기까지 곁들여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피가로의 결혼' 중 서곡으로 첫 무대를 연 유라시안필은 몰아치는 듯한 현악 파트의 박진감을 살리면서도 한껏 여유를 보이는 노련미를 발휘했다. 여기에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이 곡의 중심을 잡으며 연주의 무게감을 더했다.

지휘자는 서곡에 앞서 맛뵈기 연주를 들려주며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을 때 입맛이 더 나듯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더 많은 음악을 듣고싶어진다"며 작곡가를 소개했다. 또 현악 파트의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의 소리를 구분해서 들려주며 '귀가 트이는 법'을 알려줬다.

'피가로의 결혼'은 결혼을 약속한 피가로와 수잔나가 백작의 방해를 재치있게 물리치고 결혼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바리톤 송기창이 피가로,소프라노 문혜원이 수잔나를 맡았고 소프라노 서활란이 백작부인을 연기했다.

본격적인 아리아가 시작되자 객석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송기창은 익살스러운 연기를 펼치면서도 깨끗하고 힘있는 고음 처리로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문혜원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깨끗했다. 그는 맑고 투명한 음성으로 수잔나의 '정석'을 보여줬다. 서활란도 서정적이면서 우아한 음색으로 백작부인의 내면을 잘 드러냈다.

두 소프라노의 이중창 '저녁바람은 부드럽게'는 1부 무대의 하이라이트였다. 영화 '쇼생크 탈출'로 더욱 유명해진 이 곡은 아리아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꼽힌다. 그만큼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곡이기도 하다. 두 소프라노가 노래를 시작하자 객석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간간이 들리던 기침소리도 멈췄다. 조용한 강물이 흐르는 듯 우아하고 부드러운 이중창이 끝나자 관객들은 팝스타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2부 무대는 유라시안필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자리였다. 이들이 연주한 곡은 프랑스 작곡가 비제의 교향곡 1번.비제가 남긴 유일한 심포니로 개성이 강한 곡이다. 유라시안필은 1악장과 2악장에서 유려함과 이국적인 색채를 이끌어낸 뒤 3악장에서는 낙천적이고 호탕한 비제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했다. 4악장에서 재잘거리는 듯한 현악 파트의 특징까지 절묘하게 살려내자 숨죽이고 있던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10여분간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지휘자는 3번이나 무대로 다시 나왔다.

앙코르곡은 미국 작곡가 르로이 앤더슨의 '고장난 시계'.귀에 익은 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을 본 주부 김정숙씨는 "금난새씨의 해설이 재미있었다"면서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생각보다 쉽고 친숙하게 다가와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