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불황은 경영대학원(MBA) 출신이라고 피해 가지 않았다. 어떤 면에선 오히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생을 꿈꾸던 MBA 출신들에게 타격을 입히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MBA 출신들조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를 대비해 몸값을 올리는 데 투자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MBA 등 유학 전문 컨설팅업체인 UGC에듀케이션컨설팅 이현 대표의 도움을 받아 불황기 MBA 활용 팁을 살펴봤다.

◆어려울 때 도전하는 게 방법일 수도

경제 위기의 여파로 구조조정의 칼날이 매섭다. 한번 직장을 잃으면 재취업하기도 힘들다. 경기가 바닥이어서 창업을 결심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MBA를 꿈꾸는 지망자라면 불황이 끝날 때를 미리 대비해 지금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현 대표는"불황이 끝날 무렵 '다져진 몸'으로 취업 시장에 나설 수 있도록 불황을 자기 발전을 위한 투자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 세계 주요 경영대학원 졸업생의 취업률이 최악의 상황인 올해 전 세계 MBA의 77%가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은 지원자를 받았다. 짧게는 1년,길게는 2년가량 경영대학원 과정을 거친 후 개선된 시장 상황을 발판삼아 강화된 개인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MBA에 도전하는 수요가 꾸준한 셈이다.

무엇보다 최근 2년간 MBA 출신 신규채용 규모가 급감한 점이 장기적인 측면에선 MBA 출신의 취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바닥을 치는 시점을 지나면 각 기업들에서 충원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각종 경영대학원 프로그램을 졸업한 신규 인력들이 된다는 설명이다.

◆알짜배기 MBA로 눈을 돌려 보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최근 전 세계 MBA 랭킹에 따르면 전 세계 톱10 MBA 중 미국 대학은 6개에 불과했다. 영국의 런던 비즈니스스쿨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보다 위에 자리 매김하기도 했다. 또 프랑스의 인시아드,스페인의 IE비즈니스스쿨,중국 상하이의 중 · 유럽공상관리학원(CEIBS) 등이 미국 유수 대학 MBA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범위를 상위 20개 학교로 넓히면 미국 학교는 9개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해외 경영대학원으로의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미국만을 유학의 목적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목록인 것.

문제는 한국의 MBA 지망생들이 미국 학교로만 몰리면서 한국인 지원자들의 입학 경쟁이 과열된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인 지원자의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과 아시아 지역 경영대학원 과정으로 눈을 돌리면 입학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이 대표가 꼽은 상대적으로 한국인 지원자가 적은 학교로는 네덜란드의 RSM(세계 26위),스페인의 IESE(세계 12위)와 ESADE(세계 18위),영국의 크랜필드(세계 35위),이탈리아 보코니(세계 38위) 등의 학교들이 있다. 이와 함께 한국 출신 지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GMAT 점수의 제출을 면제해 주고 있는 헐트 비즈니스스쿨(세계 39위)도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나에게 맞는 전략을 짜자

일반적인 지원 정보만 갖고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MBA 지원 준비를 할지 큰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황별 맞춤 전략을 짜는 게 필수적이다.

올해 유학을 가기로 마음 먹었지만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한 사람은 퇴직 이후 실직 상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재취업과 유학 모두 불리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학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쉽게 포기하는 것도 금물. 미국 경영대학원 과정은 지원시 GMAT와 토플 점수를 모두 요구하지만 유럽의 경영학석사 과정들 중에서는 토플 점수만 요구하는 과정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 경력이 짧은 경우엔 각 경영대학원 과정이 현재 경력이 아니라 입학 시점까지의 경력을 본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직장 경력이 18개월이라면 올해 9월 학기 시작시까지는 경력이 24개월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력이 짧다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회사 내에서 리더의 위치에 오르기 힘든 점을 감안했을 때 직접 리더가 되기보다는 리더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회사 외부에서의 동호회 활동,봉사 활동 등을 통해 리더로서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영어 시험에 자신이 없는 경우도 대비책이 필요하다. 지원 시점까지 필요한 영어시험 점수를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는 토익 점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학교에선 인정을 안 해 주지만 유럽 학교의 절반가량은 토플 대신 토익 점수를 제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어 회화 능력은 지원과 수학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영어 청취 및 회화 연습은 중단 없이 계속할 필요가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