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오영국 기업은행 PB고객부 팀장 "거액자산가들 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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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넣어야 내것이 되고, 기회가 왔들 때 잡아야 한다" 판단ㆍ추진빠른게 부자들의 특징
주식ㆍ부동산 투자 관심 뜨거워져, 외화자산으론 호주달러 추천할만
채권은 지금 시작하기엔 늦은듯
주식ㆍ부동산 투자 관심 뜨거워져, 외화자산으론 호주달러 추천할만
채권은 지금 시작하기엔 늦은듯
"부자들의 돈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오영국 기업은행 PB고객부 팀장은 최근 거액자산가들의 투자 감각에 새삼 놀라고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본격적으로 투자를 재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인데 PB 고객들은 "이제 움직일 때가 됐다"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최근 PB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주가연계증권(ELS) 사모펀드도 단 하루 만에 49좌 한도의 모집 인원이 마감됐다. 2차로 모집하고 있는 상품도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전해져 이미 모집 인원의 3분의 2가 신청했다.
오 팀장은 "지난달부터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며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지속돼 온 안전자산 선호와 현금 확보 경향이 적어도 부자들 사이에서는 끝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보는 관점에서 거액 자산가들과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예를 들어 어느 주식의 가격이 1만원일 때 보통 사람들은 9500원까지 떨어지면 사겠다고 결정을 뒤로 미룬다. 그러다가 주가가 1만1000원으로 튀어오르면 1만원일 때를 생각하면서 비싸다고 손을 대지 않는다. 결국 그 주식의 가격은 1만5000원,2만원 등으로 점점 더 오르고 영원히 손에서 멀어진다.
이에 비해 부자들은 1만원이던 주식이 1만1000원으로 오르면 1만원일 때를 생각하지 않고 산다고 한다. 더 기다리다가는 손에 넣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 팀장은 "부자들은 자산가격이 더 내리기를 기다리면서 머뭇거리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기에 싸고 유망하다고 느껴지면 그냥 매입한다"며 "무엇이든 일단 손에 넣어야 내 것이 되고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식과 부동산이 바닥을 찍고 대세 상승기로 접어든 것일까. 오 팀장은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원래 바닥이란 것이 지나고 나서야 바닥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실물경기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자산시장의 추세 전환을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1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 시장에 진입해서 손해될 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이 바닥이냐 아니냐는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1년 이상의 흐름을 놓고 본다면 이제는 상승 추세가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언제나 시장에 변수는 존재하고 설령 지금 주가가 바닥이라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급반등하기보다는 바닥을 다지고 갈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지금 펀드에 투자하면 향후 6개월 내에는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팀장은 최근 PB 고객들이 부동산 투자에도 매우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서울 강남의 상업용 건물에 대해서는 "지금쯤 하나 잡아두면 괜찮을 것 같다"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당장은 경기침체로 수익을 낼 수 없겠지만 2~3년 후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PB 고객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바탕에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가치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정부가 28조9000억원의 '슈퍼 추경'을 실시하기로 했고 최근에는 또 서울 강서 마곡지구 등에서 토지보상금을 받은 부자들이 강남권 부동산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는 등 '유동성 랠리'를 위한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는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막대한 돈이 풀리고 있어 앞으로는 현금보다는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며 "유동성이 많아지는 만큼 경기 회복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동성 증가와 관련,금 관련 금융상품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일부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제 금값이 940달러대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달러 유동성 증가 및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속에 글로벌 자금이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과 원유를 비롯한 실물자산 펀드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외화자산과 관련해서는 호주달러 예금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호주달러가 현재 지난해 말과 비교해 미국 달러 대비 2~3% 평가절하돼 있는데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과 함께 호주달러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호주달러 예금은 금리가 연 6%대로 연 3~4%에 불과한 달러나 엔화 등 다른 외화 예금에 비해 많은 이자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원화로 호주달러를 매입해 투자할 경우에는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이 들어 기대만큼의 수익을 못낼 수도 있다는 점에는 주의해야 한다.
오 팀장은 채권 투자는 지금 시작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대거 몰려들었고 그 바람에 채권 수익률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신용등급이 높은 여신금융사 채권 중에서 마지막 고금리 상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팀장은 "위험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사숙고만 하다가 적당한 투자 시기를 놓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PB 고객들만큼 과감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보다 빠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글=유승호 기자/사진=양윤모 기자 usho@hankyung.com
오영국 기업은행 PB고객부 팀장은 최근 거액자산가들의 투자 감각에 새삼 놀라고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본격적으로 투자를 재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인데 PB 고객들은 "이제 움직일 때가 됐다"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최근 PB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주가연계증권(ELS) 사모펀드도 단 하루 만에 49좌 한도의 모집 인원이 마감됐다. 2차로 모집하고 있는 상품도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전해져 이미 모집 인원의 3분의 2가 신청했다.
오 팀장은 "지난달부터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며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지속돼 온 안전자산 선호와 현금 확보 경향이 적어도 부자들 사이에서는 끝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보는 관점에서 거액 자산가들과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예를 들어 어느 주식의 가격이 1만원일 때 보통 사람들은 9500원까지 떨어지면 사겠다고 결정을 뒤로 미룬다. 그러다가 주가가 1만1000원으로 튀어오르면 1만원일 때를 생각하면서 비싸다고 손을 대지 않는다. 결국 그 주식의 가격은 1만5000원,2만원 등으로 점점 더 오르고 영원히 손에서 멀어진다.
이에 비해 부자들은 1만원이던 주식이 1만1000원으로 오르면 1만원일 때를 생각하지 않고 산다고 한다. 더 기다리다가는 손에 넣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 팀장은 "부자들은 자산가격이 더 내리기를 기다리면서 머뭇거리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기에 싸고 유망하다고 느껴지면 그냥 매입한다"며 "무엇이든 일단 손에 넣어야 내 것이 되고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식과 부동산이 바닥을 찍고 대세 상승기로 접어든 것일까. 오 팀장은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원래 바닥이란 것이 지나고 나서야 바닥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실물경기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자산시장의 추세 전환을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1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 시장에 진입해서 손해될 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이 바닥이냐 아니냐는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1년 이상의 흐름을 놓고 본다면 이제는 상승 추세가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언제나 시장에 변수는 존재하고 설령 지금 주가가 바닥이라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급반등하기보다는 바닥을 다지고 갈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지금 펀드에 투자하면 향후 6개월 내에는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팀장은 최근 PB 고객들이 부동산 투자에도 매우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서울 강남의 상업용 건물에 대해서는 "지금쯤 하나 잡아두면 괜찮을 것 같다"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당장은 경기침체로 수익을 낼 수 없겠지만 2~3년 후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PB 고객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바탕에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가치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정부가 28조9000억원의 '슈퍼 추경'을 실시하기로 했고 최근에는 또 서울 강서 마곡지구 등에서 토지보상금을 받은 부자들이 강남권 부동산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는 등 '유동성 랠리'를 위한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는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막대한 돈이 풀리고 있어 앞으로는 현금보다는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며 "유동성이 많아지는 만큼 경기 회복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동성 증가와 관련,금 관련 금융상품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일부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제 금값이 940달러대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달러 유동성 증가 및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속에 글로벌 자금이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과 원유를 비롯한 실물자산 펀드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외화자산과 관련해서는 호주달러 예금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호주달러가 현재 지난해 말과 비교해 미국 달러 대비 2~3% 평가절하돼 있는데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과 함께 호주달러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호주달러 예금은 금리가 연 6%대로 연 3~4%에 불과한 달러나 엔화 등 다른 외화 예금에 비해 많은 이자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원화로 호주달러를 매입해 투자할 경우에는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이 들어 기대만큼의 수익을 못낼 수도 있다는 점에는 주의해야 한다.
오 팀장은 채권 투자는 지금 시작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대거 몰려들었고 그 바람에 채권 수익률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신용등급이 높은 여신금융사 채권 중에서 마지막 고금리 상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팀장은 "위험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사숙고만 하다가 적당한 투자 시기를 놓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PB 고객들만큼 과감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보다 빠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글=유승호 기자/사진=양윤모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