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경영진 살해협박… "무차별 분노표출 우려"
영.미 경호업체 수요 늘어


'AIG 보너스 파문'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깊어지면서 이들 기업 경영진이 신변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일반 시민과 정리 해고당한 전 직원의 시위, 괴한에 의한 기습테러 등에 대비해 사설경비업체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5일(영국 현지시각)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전 행장이었던 프레드 굿윈의 에든버러 소유 저택이 괴한에 의해 습격을 받아 창문과 승용차가 파손됐다.

굿윈은 RBS가 구제금융을 받게 되자 지난해 10월 연간 69만3천파운드(100만달러)의 연금을 받기로 하고 CEO직에서 물러났던 인물로, 영국민과 언론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연금을 반납하라고 요구했으나 굿윈은 이를 거부해 공분을 키웠다.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한 단체는 굿윈에게 이메일을 보내 모든 은행장은 범죄자라며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지난주에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최대 보험사 AIG의 에드워드 리디 회장은 AIG 임직원이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AIG는 1천8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을 받은 이후 금융파생상품 담당부서 직원들에게 기존에 약속해놓았던 보너스를 지급해 미국 사회에서 격렬한 비난을 샀다.

미국의 NBC 방송은 AIG 임직원들에 대한 협박의 수준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살인자 제이콥'이라는 ID의 네티즌은 한 AIG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보너스를 받아라. 나는 너의 아이들을 데려가겠다"며 납치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NBC의 로컬 채널인 NBC 코네티컷이 코네티컷주 법무장관실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입수한 협박 이메일들에는 놀랍게도 협박자 자신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당당하게 공개한 사례도 있었다.

협박 내용 중에는 리디 회장이 밝힌 것처럼 "피아노줄로 목을 매달아 살해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경제를 망치고 우리 돈을 빼앗아 가서 고맙다.

너의 xxx들은 모두 총에 맞아야 한다.

", "혁명이 오고 있다.

네 가족은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몇 달 뒤 네 피가 거리를 적실 것이다" 등등 끔찍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미국의 월스트리트는 경제위기의 한가운데서 대중의 분노와 비난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

월가의 한 은행 임원은 "우리는 군중심리가 두렵다.

사람들이 경제상황에 분노하고 있으며 월가는 명백한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신변상의 위협이 실제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살해 협박 등은 실제적인 위협이라기보다는 언론 지면을 장식해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많다.

그래도 두려움을 느낀 기업들은 사설경비업체 고용을 늘리고 있다.

보디가드는 유명 연예인이나 억만장자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은행이나 기업 임직원들도 개인 경호원을 대동한다.

RBS는 프렛이 퇴직한 뒤부터 그에게 개인경호원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박에 시달리는 AIG 임직원들도 사설경비업체의 신세를 지고 있으며, 파산한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지미 케인 전 CEO도 신변에 위협을 느껴 경호원을 고용했다.

경호.경비산업이 성격 자체가 워낙 은밀해 정확한 수요처가 공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영.미권의 경호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경비업체 크롤의 보안컨설턴트 에덴 멘덜은 "이런 종류의 대중의 분노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며 "보너스를 받은 임직원들이 TV에 등장하기만 하면 그들은 곧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런던 시내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제상황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거나, 폭동이라도 일어날 것에 대비해 영국 경찰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