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의 대외채무 지급보증안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6월 말에 만료되는 지급보증안을 연장하면서 '해외비거주자'로 한정된 지급보증 채권자 범위를 '모든 투자자'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을 발행키로 하고 이번 주 해외로드쇼에 나갈 계획이었으나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가 "정부 보증동의안이 채권자 범위를 '해외 비거주자'로 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 평가를 내주지 않았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비거주자'로 한정한 지급보증 대상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행 규정대로 해서 외화차입이 안 되면 오는 6월 말로 끝나는 정부지급보증을 연장할 때 국회에 동의안 수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의 한 전문가는 "외화 운용을 해야 하는 국내 투자자도 있는 만큼 투자자 국적을 따져 지급보증을 한 것은 불합리했다"며 "국제 금융의 생리를 잘 몰라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나은행이 발행하려 했던 정부 지급보증 외화채권이 당장 차질을 빚게 됐다는 점이다.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할 경우 현 상황에서 정부 지급보증안 수정은 거의 불가능하고,6월에 가서야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25일께 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주변에서는 발행 시기가 6월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 지급보증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행하기도 어렵다. 독자적으로 외화 채권을 발행할 경우 조달 금리로 2%포인트 정도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석/정인설/차기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