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본사 인력 20% 재배치'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LG전자는 23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팀 750개를 꾸려 현업에서 줄인 인력들을 분산 배치한다는 세부 방침을 최근 확정했다고 밝혔다. 손이 모자라 못했던 일과 신사업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에어컨 PDP모듈 등의 비중을 대폭 낮추는 작업도 벌일 예정이다. 원 · 위안화 환율 폭등으로 인한 손실이 인건비 절감 효과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상황을 제품 포트폴리오 고부가가치화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성장성이 높은 제품은 한국에서 만들고,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아이템은 과감히 정리할 방침이다.

◆'환율효과 사라지기 전에 구조조정'

LG전자는 최근 남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사업본부장,해외 지역본부장 등이 참석하는 전사 경영회의를 보름마다 한 번씩 열고 있다. 경영진들은 회의에서 최근 15일간의 실적을 살펴보고 올해 3대 중점 추진 과제인 △시장점유율 확대 △사업 유연성 제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등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축소하는 방안도 이 회의에서 확정됐다는 게 LG전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빈번해진 경영회의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속도'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효과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만큼 가급적 빨리 고부가가치화 프로젝트의 세부안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 경영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750개 고부가가치화 프로젝트 가동

고부가가치화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금명간 꾸려질 750개 소 프로젝트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젝트팀에 투입될 인력은 2만여명에 달하는 전체 본사 임직원 중 4476명이다. 프로젝트장은 그룹장(통상 부장급)이 맡는다. 이들은 5~6명의 팀원들과 함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기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LG전자는 각 부서에서 프로젝트팀으로 이동할 인력을 선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프로젝트팀에는 창의력이 뛰어난 A급 직원들을 배치할 예정"이라며 "LG전자 내에 750개의 아이디어 뱅크가 생기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원천기술 개발 탄력 붙을 것'

인력 재배치 프로젝트로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되는 조직은 연구개발(R&D) 파트다. 지난해까지 이 회사 R&D 인력 중 95%는 올해나 내년에 출시될 상품을 개발했으며 2~3년 후 기술을 연구하는 인력은 5%에 불과했다.

LG전자는 인력 재배치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른바 'Y+2'로 불리는 2~3년 후 기술개발 인력의 비중을 올해 말까지 20%로 높일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1차 조정작업이 벌어져 'Y+2' 인력의 비중이 13% 선으로 높아졌다"며 "그동안 국내 전자업체들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원천기술 개발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