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에 이어 KB금융지주,대구은행 등이 올해 받을 스톡옵션을 잇따라 반납했지만 금융사 CEO들은 여전히 많은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최고경영자(CEO)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인 것으로 집계됐다. 강 행장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총 61만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았다. 하지만 강 행장은 한번도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현재 KB지주 주가가 스톡옵션 행사가격(5만600원)보다 훨씬 낮아 강 행장이 얻을 수 있는 스톡옵션 이득은 현재로서는 없다.

46만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은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2004년에 지급받은 10만주를 포함해 모두 29만여주를 작년 3월에 행사해 67억여원의 세후 차익을 얻었다. 작년 4월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도 2004년에 받은 8만주를 포함해 15만5000여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행사해 43억여원의 세후 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현재 보유 중인 스톡옵션에서는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라 회장이 2006년 받은 12만주의 스톡옵션은 올해 3월부터 행사할 수 있지만 행사가격이 3만8829원으로 2만6000원대인 현 주가보다 1만원 이상 높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2007년 받은 스톡옵션 8만주를 오는 24일부터 3년간 행사할 수 있지만 행사가격이 현 주가의 2배가 넘는 4만9900원이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옛 한미은행장 시절이던 2001년 5월 스톡옵션 163만주를 받아 이 중 일부를 2004년에 행사해 53억여원의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으로 합병된 이후 하 행장이 스톡옵션 대신 성과급으로 받은 미국 씨티그룹 주식이 최근 1달러 수준으로 급락해 세금을 내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봤다.

금융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은행 주가가 바닥 수준일 때에는 기존에 받은 스톡옵션에서 이익을 내기가 어렵지만 지금 새로 스톡옵션을 받으면 2~3년 뒤 증시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서 역대 스톡옵션 차익 1위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으로 1998년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연봉 1원'을 받는 대신 대규모 스톡옵션(40만주)을 받아 4년 만에 110억원가량을 벌었다.

정인설/이태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