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 여기자 억류 사태를 대미협상카드화시키면서 '벼랑 끝 전술'에 이어 '인질외교'가 북한의 또다른 대외전술로 자리잡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남한 측 관계자들의 '정치적 인질화'를 통해 나름의 소득을 올렸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의 '정경분리원칙' 속에 한반도 위기의 '무풍지대'로 인식돼온 개성공단을 대남압박용 카드로 활용해 그간 대남압박에도 끄떡없던 남한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우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전면 참여를 검토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개성공단 사태를 통해 재미를 본 북한이 이번엔 미국과의 '인질외교'에 나설 태세다. 북한이 억류한 미 여기자 2명을 평양으로 압송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이번 사태를 대미협상카드화시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북한의 '인질외교'는 일단 방심하고 있던 미국의 허를 찌르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이 이 문제를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미국 정부 고위관리는 22일 "북한 억류 기자의 석방을 위해 북측대표와 접촉해 왔고,북측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고 미 CBS방송이 보도했다.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갈망하던 북한에는 나쁘지 않은 움직임이다.

하지만 '인질외교'를 통해 미국을 움직이려는 북한의 꼼수는 큰 소득을 올리긴 어려울 것 같다.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으로선 '인질'과 '테러'를 동일시하게 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인질 석방을 위해 북 · 미 양자회담에 응하거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제재 수준을 격하시킨다면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펼치고 있는 미국의 대테러전쟁의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상원의원 시절 한국계 김동식 목사의 납북사건에 큰 관심을 보이며 북측에 석방을 촉구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번 여기자 억류 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대북문제를 '대화' 중심에서 '강경모드'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인질외교에 관한한 국제사회와 공조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인질외교'는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만 확산시킬 뿐 북한에 별 실익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