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거액 보너스 얘기만 나오면 몸을 낮춰왔던 미국 월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의 보너스 지급을 제한하기 위한 의회의 과세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체이스 등 구제금융을 받은 대형 은행 CEO들이 한목소리로 보너스에 대한 중과세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의회는 1830억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직원들에게 1억65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난 이후,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해왔다.

법안의 골자는 50억달러 이상의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사 직원 중 가계 수입이 25만달러 이상인 사람에 한해 보너스의 90%를 세금으로 추징하는 것이다. 하원에서는 관련 법안이 통과됐고 상원은 이번 주 중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BOA의 케네스 루이스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금융사 보너스 과세는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을 야기하고 금융 시스템 안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 CEO는 이날 "합당한 수단을 동원해 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입법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도 이날 약 200명의 임원진이 참석한 컨퍼런스콜에서 보너스는 우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과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제금융을 받은 한 월가 금융사의 임원은 "보너스 부과 세금은 AIG에 대한 분노 때문에 나왔지만 우리는 AIG가 아니다"며 "이는 매카시적인 마녀 사냥이며 최고의 반미국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월가의 보너스 공방은 프랑스 정부가 금융사 경영진 보너스를 제한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유럽으로 번질 조짐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