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부동산 컨설팅 '엿보기'] "강남 땅 3300㎡ 물려 받았는데…팔까요? 건물 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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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A씨는 올초 돌아가신 부친으로부터 서울 강남구의 모텔 · 정비공장 부지 3300여㎡(약 1000평)를 물려받았다. A씨는 처음에는 매각을 고려했으나 예금금리가 낮은 마당에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부지에 대한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의 예금계좌가 있는 모 은행의 PB(프라이빗뱅킹) 부동산팀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 은행 PB 부동산팀은 해당 부지가 초역세권에 있고 인근에 업무시설이 밀집했다는 점을 고려,지하 5층~지상 16층 규모 오피스빌딩(연면적 4만2550㎡)으로 신축해 임대할 것을 권유했다. A씨는 건물 신축을 위해 현재 시공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은행에 고액을 예치한 자산가들이 부동산 투자 컨설팅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예금의 메리트가 떨어지는 반면 부동산은 규제완화로 투자 여건이 좋아지면서 올 들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부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부동산 바닥론'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부동산 투자 컨설팅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액 예치자들은 은행으로부터 투자컨설팅을 받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은행들은 일정 이상의 예금을 예치한 고객에게 무료로 컨설팅을 해준다. 신한은행은 10억원 이상,하나은행은 5억원 이상,국민은행은 5억원 이상 등이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작년만 해도 일주일에 작성하는 부동산 투자 컨설팅 보고서가 3~4건에 불과했는데 올 들어서는 5~6건으로 늘었다"며 "특히 저금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커진 부동산 임대사업에 대해 컨설팅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은행 PB팀에는 세무사,변호사,공인중개사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 전문가들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전국에 마련된 각 은행 PB센터에서 직접 대면으로 컨설팅을 해주거나 자세한 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해 보내준다. 보통 1~1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작성되지만 예금액이 많은 VIP 고객의 경우에는 30페이지가 넘어가기도 한다. 보고서에는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부동산 용도,인근 지역 개발계획,주변 시세,인구 유입,세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 가이드가 담긴다.
예컨대 인근에 개발계획이 있더라도 해당 부동산이 개발지역과 도로 등으로 단절돼 있으면 효과가 별로 없다든지,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경기침체에도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적다든지,땅을 건물을 지어 팔 때와 나대지 상태로 팔 때 각각 세금은 얼마인지 등이 내용에 담긴다. 보고서 작성에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린다.
사업가 B씨의 경우는 보유한 부동산 가운데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나대지 211㎡(약 64평)의 활용방안을 최근 은행 PB팀에 문의했다.
은행 PB팀은 주변 다른 건물 이용상황과 마찬가지로 해당 나대지에 건물을 지을 경우 저층의 공동주택이 들어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용적률 197.2%,건폐율 49.3%를 적용해 건물은 바닥면적 104㎡(31.5평),연면적 416㎡(125.8평)의 4층짜리 다세대 · 다가구를 추천했다.
이 경우 예상 건축비는 3.3㎡ 당 300만원을 적용해 약 3억7700만원,분양수입은 3.3㎡ 당 660만~670만원으로 계산할 때 총 8억3000만~8억4000만원으로 공사비를 제외하면 순수입은 세금 등 기타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때 4억5300만~4억6300만원이었다.
반면 나대지를 그대로 매각하면 3.3㎡ 당 1100만원을 받아 7억원 정도를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양도소득세를 고려해도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중과가 폐지될 예정이어서 세금에 있어 큰 차이가 없었다. 임대수입은 연 3600만~3900만원으로 공사비를 대출받고 토지비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연 1.94~2.08%에 그쳤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 침체로 구로구 지역에서는 분양 및 임대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은행 PB팀은 예금을 통한 금리수입에 비해 실익이 별로 없고 신축에 대한 리스크가 커 나대지를 그대로 매각하는 방안을 최종 추천했다. 이춘우 팀장은 "은행 외 다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면 보고서 작성에 200만원 정도는 내야 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은행은 컨설팅에 따른 투자결과에 대해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최종 판단은 고객의 몫이다. 부동산 PB팀 관계자들은 컨설팅을 받을 때 고객들이 자신의 자산내역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개인의 종합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해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자산내역을 속이거나 하면 잘못된 컨설팅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본인의 투자성향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유리하다. 안정 지향인지,위험 감수 지향인지에 따라 역시 투자 조언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이 은행 PB 부동산팀은 해당 부지가 초역세권에 있고 인근에 업무시설이 밀집했다는 점을 고려,지하 5층~지상 16층 규모 오피스빌딩(연면적 4만2550㎡)으로 신축해 임대할 것을 권유했다. A씨는 건물 신축을 위해 현재 시공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은행에 고액을 예치한 자산가들이 부동산 투자 컨설팅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예금의 메리트가 떨어지는 반면 부동산은 규제완화로 투자 여건이 좋아지면서 올 들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부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부동산 바닥론'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부동산 투자 컨설팅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액 예치자들은 은행으로부터 투자컨설팅을 받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은행들은 일정 이상의 예금을 예치한 고객에게 무료로 컨설팅을 해준다. 신한은행은 10억원 이상,하나은행은 5억원 이상,국민은행은 5억원 이상 등이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작년만 해도 일주일에 작성하는 부동산 투자 컨설팅 보고서가 3~4건에 불과했는데 올 들어서는 5~6건으로 늘었다"며 "특히 저금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커진 부동산 임대사업에 대해 컨설팅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은행 PB팀에는 세무사,변호사,공인중개사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 전문가들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전국에 마련된 각 은행 PB센터에서 직접 대면으로 컨설팅을 해주거나 자세한 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해 보내준다. 보통 1~1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작성되지만 예금액이 많은 VIP 고객의 경우에는 30페이지가 넘어가기도 한다. 보고서에는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부동산 용도,인근 지역 개발계획,주변 시세,인구 유입,세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 가이드가 담긴다.
예컨대 인근에 개발계획이 있더라도 해당 부동산이 개발지역과 도로 등으로 단절돼 있으면 효과가 별로 없다든지,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경기침체에도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적다든지,땅을 건물을 지어 팔 때와 나대지 상태로 팔 때 각각 세금은 얼마인지 등이 내용에 담긴다. 보고서 작성에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린다.
사업가 B씨의 경우는 보유한 부동산 가운데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나대지 211㎡(약 64평)의 활용방안을 최근 은행 PB팀에 문의했다.
은행 PB팀은 주변 다른 건물 이용상황과 마찬가지로 해당 나대지에 건물을 지을 경우 저층의 공동주택이 들어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용적률 197.2%,건폐율 49.3%를 적용해 건물은 바닥면적 104㎡(31.5평),연면적 416㎡(125.8평)의 4층짜리 다세대 · 다가구를 추천했다.
이 경우 예상 건축비는 3.3㎡ 당 300만원을 적용해 약 3억7700만원,분양수입은 3.3㎡ 당 660만~670만원으로 계산할 때 총 8억3000만~8억4000만원으로 공사비를 제외하면 순수입은 세금 등 기타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때 4억5300만~4억6300만원이었다.
반면 나대지를 그대로 매각하면 3.3㎡ 당 1100만원을 받아 7억원 정도를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양도소득세를 고려해도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중과가 폐지될 예정이어서 세금에 있어 큰 차이가 없었다. 임대수입은 연 3600만~3900만원으로 공사비를 대출받고 토지비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연 1.94~2.08%에 그쳤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 침체로 구로구 지역에서는 분양 및 임대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은행 PB팀은 예금을 통한 금리수입에 비해 실익이 별로 없고 신축에 대한 리스크가 커 나대지를 그대로 매각하는 방안을 최종 추천했다. 이춘우 팀장은 "은행 외 다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면 보고서 작성에 200만원 정도는 내야 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은행은 컨설팅에 따른 투자결과에 대해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최종 판단은 고객의 몫이다. 부동산 PB팀 관계자들은 컨설팅을 받을 때 고객들이 자신의 자산내역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개인의 종합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해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자산내역을 속이거나 하면 잘못된 컨설팅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본인의 투자성향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유리하다. 안정 지향인지,위험 감수 지향인지에 따라 역시 투자 조언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