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자들은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 상황이 워낙 불투명한 데다 부동산에는 뭉칫돈이 필요하고 환금성도 좋지 않아 일단 추이를 지켜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물론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저가 매수의 기회가 왔을 때는 놓치지 않는 편이고 포트폴리오 투자 차원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제법 많다.

주택은 부자들의 투자리스트 하단에 올라가 있다. 부자들은 대체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그랬던 것처럼 집값이 단기간에 급격히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에 당장 큰 돈이 유입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비롯해 인기지역의 아파트 값이 올 들어 2006년 하반기 최고수준 가격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급등해 부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도 "토지 보상금이 수십조원이나 풀린다기에 보상금을 많이 받아 부자가 된 사람을 대상으로 아파트 매입을 제안했지만 조금 더 지켜보자며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만약 집을 살 경우에는 대형보다는 중소형 주택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기존주택보다 세제 혜택이 많은 미분양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이자수입으로 생활하는 부자들의 경우 금리가 떨어져 필요한 돈이 넉넉지 않은 편이어서다. 자금 여력이 많은 부자들은 중소형 오피스 구입을 타진하고 있으며 여윳돈이 많지 않으면 상권이 확실하고 교통호재가 큰 지역의 상가를 알아보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이춘우 부동산전략팀장은 "수익률이 5% 이상이면 중소형 오피스 빌딩을 사겠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소비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상품을 바꾸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은 가격보다 입지다. 상반기 개통이 예정된 9호선이나 분당선 연장선 역세권 등에 관심이 크다.

땅은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60%) 배제 방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3 · 15 세제개편안 이후 토지시장에서는 나대지와 자투리땅 등의 매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개발호재가 있거나 수도권 지역에서 매물호가가 크게 올라 투자에 부담이 있지만 토지업계에서는 예전보다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