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무조건 참는다. "

임산부에게 가장 큰 고민은 먹을거리다. 일상생활 속에서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태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약물은 기형아를 낳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임산부의 남모르는 속앓이가 되기도 한다. 아파도 참거나,심지어 낙태를 감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윤리 문제 등으로 임산부에 대한 약물실험이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약물공포증을 불러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물론 약은 임신 중에 가능한한 안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데도 무조건 약물복용을 거부할 경우 본인은 물론 태아건강까지 더 해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임산부들이 꼭 알아둬야 할 약물 복용상식을 알아봤다.

◆감기약 먹었더라도 기형아 출산 낮아

태아에게 약물이 영향을 미치는 가장 민감한 시기는 임신 4주부터 10주까지다. 따라서 이 때에는 가능한한 약물을 삼가는 것이 좋다. 김동주 삼성 여성병원 원장은 "임신 4~10주는 태아의 심장과 중추신경계，눈，귀，팔다리 등 주요 장기들이 완성되는 시기"라며 "이 때 태아의 기형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약물 복용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신 4주 이전이나 10주(3개월) 이후에는 감기약이나 진통제 같은 생활약을 복용해도 태아에게 크게 영향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임신한 줄 모르고 감기약 진통제 등을 먹었다고 해서 속앓이를 하거나 밤잠을 설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한정렬 관동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일반적인 기형아 발생률이 3% 안팎인데,감기약 진통제 등의 일반약물을 먹은 임산부들도 이와 비슷한 기형아 확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약물이 기형아 발생 확률을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염증 등으로 인해 고열이 나는데도 해열제까지 먹지 않았다간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태아가 뇌손상을 입거나 조산으로 인해 발달장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감기 폐렴 결핵 등에 걸렸을 경우 많이 쓰는 세파계 항생제도 부작용보다 치료의 이익이 더 큰 안전한 약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여드름 치료제는 금물

하지만 임신 전이든 임신 후든 절대 먹어서 안 되는 약이 있다. 여드름 치료제인 '로아쿠탄(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이 바로 그 것.임신 직전 혹은 임신 중 복용했을 경우 뇌와 심장 결함，정신 지체 등의 기형을 유발할 확률이 약 40%에 달한다. 따라서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최소 3개월 전부터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만약 임신 사실을 모른 채 복용하고 있더라도 즉시 중단하고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밀 초음파 검사를 받는 등 태아의 기형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임산부들이 가장 많이 먹는 종합 비타민제도 신중하게 복용해야 한다. 비타민A의 경우 태아의 발육을 촉진하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합 비타민제는 임산부 전용을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다.

복용시기도 중요하다. 철분제의 경우 효과를 보기 위해선 임신 5개월 때부터 분만 후 1개월까지 복용하는 것이 좋다. 임신 초기엔 철분제 복용이 오히려 소화 불량이나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어쩔 수 없이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자의 경우라면 기형확률이 낮은 약물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한정렬 교수는 "당뇨가 있는 임산부의 경우 당뇨치료제를 복용하면 기형확률이 10%로 높아진다"며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임산부와 태아에게 독성이 낮은 약을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