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13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복지보조금 관리제도를 개선하고 국무총리실이 중심이 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는 제도개선안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우선 정부의 복지행정시스템인 '새올행정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다. '새롭고 올곧은 행정시스템'을 뜻하는 새올행정시스템은 현재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서울시내 자치구를 기준으로 구 담당자 한 명과 동 담당자 한 명 등 극히 제한된 인원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갖고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구청의 복지 담당 업무를 관리 · 감독해야 할 시 담당 공무원은 이 시스템을 열람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구나 동주민센터 복지 담당 공무원과 그 가족의 이름이 보조금 수령 대상자에 들어 있어도 상급기관에서 적발해낼 수가 없다.

보조금 지급 대상자나 금액 현황에 변동이 있을 때 변동 내역이 저장되지 않아 변경 사항 전체를 한꺼번에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이 시스템의 단점으로 꼽힌다. 만약 '어떤 공무원이 언제,보조금 지급 대상이나 금액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도록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된다면 횡령 혐의자를 손쉽게 적발해낼 수 있을 것으로 지자체들은 보고 있다.

복지업무 담당 인력을 확충하고 해당 부서 공무원의 순환 주기를 짧게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복지분야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보조금 내역도 다양화되고 있지만 공무원들 사이에 복지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는 기피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순환근무가 잘 이뤄지지 않는 지자체도 있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지직렬(복지업무만 담당하는 공무원)이 아닌 행정직이나 기능직도 한번 복지부서에 배치되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4~5년씩 장기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된 해남군 공무원(기능직)의 경우 동일 업무를 5년 동안 맡았으며 서울시 양천구에서 횡령이 적발된 공무원(기능직)도 4년여간 복지 업무를 담당했다. 이에 따라 "행정직 · 기능직 복지 담당 공무원은 2년에 한번씩 순환근무를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복지직렬 공무원 모임인 사회복지행정연구회 관계자는 "복지 업무는 수년 동안 축적된 전문지식이 있어야 원활하게 진행된다"며 "담당 공무원을 지나치게 빨리 순환시키면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보조금 지급 시스템과 관련,복지보조금을 개인 명의 통장에 입금해주기보다는 '복지통장'(가칭)이라는 것을 만들어 여기에 넣어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 · 장기 과제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감사하는 독립기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일부가 이런 조직을 두고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복지정책의 주안점이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보다 '예산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맞춰져 있는 게 문제"라며 "예산과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예산 집행 모니터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