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내에 개봉한 미국 영화 ‘터미널’. 이 영화의 주인공인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 분)는 동유럽의 가상 국가 ‘크로코지아’ 출신이다.

미국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그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한다. 고국에 쿠데타가 터진 것. ‘크로코지아’는 일시적으로 ‘유령국가’로 분류됐고 이로 인해 미국으로의 입국이 금지된다.

그렇다고 쿠데타가 터진 고국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 꼼짝없이 발이 묶인 주인공은 JFK공항을 ‘집 삼아’ 9개월을 버틴다.

최근 독일에서도 영화 ‘터미널’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2일 독일 언론들에 따르면 정신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40세 가량의 한 핀란드 여성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베를린의 테겔 공항 안에서 생활했다.

핀란드에 있는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라고 애원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독일 공항 측은 “본인이 핀란드 입국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강제귀국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녀는 공항에서 생활할 당시 ‘유명인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상 머리에 퍼머용 클립을 꼽고 슬리퍼를 신은 채 바퀴가 달린 소형가방을 끌고 다녔다.

공항 제과점의 한 점원은 “오후가 되면 항상 커피와 케이크를 자기 돈을 주고 사 먹었다”고 말했다.

이 핀란드 여성은 또 남의 도움에는 심한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공항 관계자들은 전했다. 스타벅스 커피점의 한 직원이 그녀에게 커피를 무료로 주려 하자 그녀는 영어로 “인생에 공짜는 없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이 여성은 현재 공황에서 나와 베를린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 숙박을 해결하면서 시내를 배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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