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11일 주식 현물과 지수 선물을 1조13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5월15일(1조4555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로 인해 원 · 달러 환율은 1471원으로 전날보다 40원50전이나 떨어져 나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지수도 35.31포인트(3.23%) 급등한 1127.51로 마감해 3주 만에 1100선으로 올라섰다.

외국인의 현 · 선물 대량 매수는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세가 뚜렷해진 만큼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매수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 선물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프로그램 매수세도 기대돼 코스피지수는 1200선 탈환을 시도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환율 급락에 따른 외화부채 부담 완화 기대로 KB금융(7.33%)을 비롯해 하나금융(5.51%) 우리금융(3.45%) 등 은행주들이 이틀째 상승했다. 삼성전자(4.17%) 포스코(4.33%) 한국전력(8.02%)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미국 씨티그룹의 실적 호전과 하원에서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는 미 하원의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소식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실물경제 측면에서 중국 경기 회복 가능성,금융 측면에서 미국의 단기적 신용위기 완화 가능성이 각각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 증시도 반등하는 선순환 구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실물경기가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도 밝지 않아 상승세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신중론도 많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1100선은 주가수익비율(PER) 12.5배 수준으로 가격 측면에서 싸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외 악재가 불거지면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