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수학을 못 한다"란 한마디 말 실수로 하버드대 총장직을 물러나고 노벨 경제학상까지 못 받게 된 래리 서머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노벨상을 받은 뒤에도 계속 일간지 신문의 칼럼니스트로 남아 경제평론을 내고 있는 폴 크루그먼. 중국계 미국인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오바마 행정부의 신임 에너지장관으로 취임한 스티븐 추.

이 세 사람이 요즘 미국사회에서 가장 빛나는 지성이란 평이 있다.

서머스 교수는 16세 때 MIT에 조기 입학을 허가 받았고,28세의 나이에 하버드대 사상 최연소 테뉴어(정년보장) 교수로 발탁됐으며 또 여성 비하로 구설에 오르기도 한 말 많은 인사였다. 클린턴 정부 시절 40대 나이로 재무장관을 역임했고 이미 노벨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상을 받은 이론 경제학자이다.

유능한 행정가이기도 한 서머스 박사는 하버드대 총장 신분으로 "여성들의 수학 · 과학 능력이 남성보다 훨씬 떨어져 있는 것은 통계가 증명한다"란 실언으로 결국 재임 5년 만에 사임하게 됐고,한동안 실직자로 있다가 이번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궁지에 빠진 세계 경제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박사는 뉴욕의 유대인 사회에서 자라나 유대인 특유의 유토피아적인 경제철학을 어릴 때부터 체득한 이론 경제학자로 그의 유명한 국제교역론과 경제지리학은 많은 학생들에게 특별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미국의 주택금융문제가 터지기 전에 이를 정확하게 예고했으며,지금의 세계적인 경제불황은 같은 유대인 출신인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공개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또 지금 진행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8000억달러 구제금융은 그 효과가 매우 의심스럽다는 비판을 계속 퍼붓고 있다.

스티븐 추 박사는 주변 친척 대부분이 높은 학력의 소지자들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고등학교를 마쳤으며 원자물리학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공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추 박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권유로 에너지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2030년까지 전 미국 에너지 생산의 20%를 풍력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에너지 공급원을 원자력,석탄,석유,천연가스,태양광 및 풍력 등으로 구분해 보면 이는 엄청나고도 획기적인 결정이고 그 성공 여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풍력발전은 오래전부터 합리적인 공급원으로 인정받고 있었지만 지역구민의 이해관계와 투자회사의 정치권 개입 등으로 미뤄오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고부터는 추 박사의 방침을 전적으로 뒷받침해주게 됐다.

위에 거론한 세 명의 지성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50대의 연령은 별도로 치고 어린 시절 글쓰기와 수학 공부를 특별히 잘했다는 점이다.

물리학을 전공한 추 박사는 당연하다 하더라도 인터뷰나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스스로 밝혔듯이 두 경제학자가 크게 성공하게 되기까지엔 수학이 크게 뒷받침이 됐다. 이는 기초수학이 우리의 지식과 창의력에 얼마나 깊은 토대가 되고 원천이 되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한국의 수학 교육이 개개인의 머리는 좋지만 오래 가지 못하는 '반짝'수학인데 비해 미국은 생활속에서 수학적 사고를 유도하는,끈기있는 '생활'수학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또 수학적으로 축적된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기 위해선 글쓰기란 소통채널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우리의 사상을 표현해 주는 위대한 예술이다. 아마 그래서 크루그먼이 매일 고통스러운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