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엄청나게 어렵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60%를 웃돈다. 경제를 망친 책임은 지금까지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몫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폭스뉴스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77%는 '오바마 대통령이 큰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의회 연설에서 큰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던 것과는 상반된 평가다.

그러나 주가를 기준으로 한 오바마 정부에 대한 평가는 훨씬 냉혹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다우지수는 20% 하락했다. 지난 90년간 재임한 대통령 중 최악의 기록이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새 정부 정책에 대한 돈 있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그만큼 큰 탓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일 "현재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이 주식 매입 적기"라고 말했을 때도 상승세로 출발한 뉴욕 주가는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투자자들은 목소리를 들어 줄 때까지 주식을 팔겠다는 태세다. '오바마노믹스'와 투자자들 간 전선(戰線)이 조금씩 형성되는 듯한 형국이다.

반발의 핵심은 경제 성장을 이끄는 기업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부자들에 대한 과세 강화는 부차적일 수 있다. 이번 경기 침체는 미국 기업의 고비용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제너럴모터스(GM) 사례에서 드러났듯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내야 하는 법인세 부담도 39.3%로 전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다. 그런데 미국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기업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게 오바마 정부의 정책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cap and trade) 도입도 결국 기업엔 추가 부담이 된다. 헬스케어 관련 기업은 정부로부터 가격 통제를 받게 될 것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의회는 구제 금융을 받은 은행에 무조건 돈을 풀라고 압력을 넣는다. 심지어 판사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무재조정 권한을 갖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모두 다 기업인들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은행 구제 금융의 방향도 분명치 않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은행 국유화는 없다"고 얘기해도 시장에서는 국유화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며 은행주를 투매할 정도로 정책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추락하는 경제 상황만 보면 시시비비를 따질 때가 아니다. 언제나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기업인들의 속성이다. 불만이 있으면 떠나기를 서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자 사설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성장 정책을 쓰기보다는 소득 이전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양책도 투자 및 소비 촉진보다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무게가 실렸다는 것이다.

경제 회복에 자신감을 보이며 "침대 밑 달러화를 꺼내 쓰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하기 좋은 세상을 만들 테니 마음껏 투자하고 부자들부터 소비에 앞장 서자"고 해야만 떠나는 기업인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