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퇴원 절차를 밟는 기분입니다. 12년 만의 현금 배당은 회생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입니다. "

9일 만난 조국필 ㈜쌍용 사장(61)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10년간의 피말리는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 6일 주주총회에서 배당까지 결정할 만큼 턴어라운드(실적호전)한 데 대한 회고로 보였다. 조 사장은 "최근 3년간 임직원 급여를 50% 올리고 보너스 300%도 지급했다"며 "그동안 묵묵히 참아온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회사가 베풀 차례"라고 강조했다.

난파 직전 '쌍용호' 대수술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쌍용은 잘 나갔다. 연 매출 8조원으로 당시 재계 7위 쌍용그룹의 대표 계열사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1999년 그룹이 해체되면서 기나긴 고난이 시작됐다. 부채비율 2000%의 회생 불능 상태에 빠져 2002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2006년엔 외국 기업(모건스탠리)에 넘어가며 잊혀져 갔다.

㈜쌍용 공채 1기(1974년 입사)인 조 사장은 2000년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쌍용의 구원투수가 돼 달라"는 후배들의 간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회사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각오로 일했지만 현실은 막막했다. 6000억원 자산 대부분은 수익을 못내는 불량이었다. 부채 5200억원에 유동부채는 4600억원.금융기관의 상환압력이 거셌다. "채권은행을 설득해 채무 상환을 유예받았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였습니다. 워크아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자구노력을 폈습니다. "

조직을 축소했다. 인천물류센터 매각,자회사 구조조정,쌍용정공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부채를 줄여 나갔다. 2002년엔 쌍용그룹 창업지에 세운 사옥 '글로벌 센터'마저 175억원에 팔았다. 채권금융기관은 이런 노력을 인정,2002년 2월 워크아웃을 결의했다.

"워크아웃은 굴욕이면서도 ㈜쌍용의 제2의 창업 기회였죠." 한때 1200명에 달했던 직원을 200명으로 줄였고 2000%였던 부채비율을 2005년 200%로 낮췄다. 만성 적자도 300억원대 경상이익으로 돌려놨다. 2006년 4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할 수 있었다.

자전거 판매등 수익원 발굴

㈜쌍용은 지난해 철강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부채비율은 100%대로 낮아졌다. 조 사장은 "3년 내 매출 2조원에 순익 500억원,30% 배당을 할 수 있는 탄탄한 기업을 만드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동종업계 수준으로 임금을 회복시키겠다는 7년 전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한 직원들도 속속 복직시키고 있다. 임원 8명 중 절반이 퇴사 후 복직했다.

㈜쌍용은 워크아웃 기간 동안 미래 성장동력도 확보했다. 2004년 인천에 있는 창고를 개조해서 시작한 수입차 PDI(출고 전 종합점검서비스) 사업과 자전거 판매사업이 그것이다. PDI 사업은 수입차 입항에서 출고 전까지 하역,보관,통관,점검,수리,세차,운송을 일괄 관리하는 것이다. 조만간 평택항 인근 2만4000여평의 부지에 두 번째 PDI사업장을 세울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시작한 자전거 판매 사업은 회사 주력 사업으로 삼아 5년 내 업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인 필라(FILA)를 빌려와 20여종의 자전거를 팔고 있다. 올해는 자체브랜드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 판매도 활발해 일본에서 10년 동안 30여만대를 팔았다. 올해엔 4만대 판매가 목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