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민주노총식 투쟁 일변도의 노조운동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만큼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어서다.

특히 화합과 양보를 통한 노사 상생 문화만이 최악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공감대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변화의 선봉에는 한때 민주노총의 전위대로 강경 파업을 주도했던 대형 사업장 노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과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이성희 인천지하철 노조위원장,김홍열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위원장 등 최근 노동운동에 혁신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노조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동운동 방향을 모색하고 투쟁 일변도의 노선 청산을 촉구했다.

이들 노동운동 혁신 4인방은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주말 '경제위기 시대 노동운동의 새 방향'이란 주제로 마련한 긴급 좌담회에서 "민주노총은 여전히 계급 투쟁의 낡은 이데올로기에 빠진 채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르고 투쟁만 일삼는 노동운동에 집착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투쟁 노선을 정면 비판했다.

이들은 그 증거로 "지난해 민주노총은 사흘에 한 번꼴로 파업 및 투쟁 지침을 내려보내는 등 산하 단위 노조를 파업 투쟁의 도구로 쓰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노동운동의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 4인방은 "민주노총은 이제 투쟁적,이념적 노동운동을 끝내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시장경제에 적응하는 새 노동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노동운동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만약 변화를 거부한다면 결국 민주노총은 공룡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그때를 대비해 민주노총을 대신할 대안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민주노총 대안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한때 민주노총 파업 투쟁에 앞장 섰던 이들 위원장이 현 민주노총 운동 노선에 비판을 가하고 새 길을 모색할 것을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악의 경제 위기에도 아랑곳없이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을 고집하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해 염증을 느낀 산하 단위노조들이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조운동 노선 변화에 대한 이들의 주문은 우리나라 노동운동 흐름에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기설 노동전문/김동욱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