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가 극심한 침체에 빠진 미국 시장에서 지난달 글로벌 업체로는 유일하게 전년 수준의 판매를 유지,올 들어 두 달 연속 선전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7.6%로 사상 최고치로 높아졌다.

◆소형차와 SUV가 판매 주도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 자동차 판매량이 3만621대를 기록,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줄었지만 전달에 비해서는 24.9% 늘었다고 4일 밝혔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미국에서 2만2073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0.4% 성장했다. 지난달 주요 차 메이커 중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업체는 기아차가 유일하다. 두 회사를 합친 판매량은 5만2694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7% 감소했다.

지난달 미국 전체 판매량은 68만9444대로 전년 동기보다 41.3% 급감했고 GM(-53.1%) 포드(-49.5%) 등은 '반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현대차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월보다 1.8%포인트 뛰어오르면서 지난달 4.4%로 높아졌다. 기아차 점유율(3.2%)을 합치면 7.6%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차종별로 현대차는 소형차가,기아차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잘 팔렸다. 현대차 베르나(수출명 액센트)는 지난달 433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0%,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는 8899대로 31.8% 각각 더 팔렸다. 올초 '북미 올해의 차'를 받았던 제네시스는 1197대가 팔려 미국 진출 후 월별 최대 판매치를 보였다.

기아차는 카니발(수출명 세도나)이 6211대로 월별 최대치를 기록했고,쏘렌토도 판매량이 급증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달 SUV 차량에 대한 딜러 인센티브 정책을 확대한 게 주효해 SUV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두 자리 시장점유율 가능할까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 '질주'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브랜드 이미지도 호전되고 있다.

연초 제네시스가 아시아 대형차 중에서 처음으로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아반떼가 미국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 리포트로부터 소형 세단 부문 '최고의 차'로 2년 연속 뽑혔다. 기아차 모하비는 자동차 구매 가이드인 카북으로부터 최우수 추천 차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이날 미국 뉴잉글랜드 자동차 전문기자협회가 실시한 겨울철 차량 성능 테스트에서 2만5000~3만5000달러 SUV 부문 최고 차량으로 뽑혔다.

공격적 마케팅 정책도 효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차를 산 후 1년 뒤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올초 도입했고 지난달 20일부터는 실직자가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최대 3개월 동안 보험사가 할부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어슈어런스 플러스'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초 열린 '슈퍼볼'에 중간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조만간 두 자릿수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 상승은 판매가 크게 늘어서라기보다 GM 도요타 등 메이저 업체들의 판매가 급감한 결과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회복기에 미국 운전자들이 일본차 대신 현대 · 기아차를 선택하게 만들 수 있는 품질과 연비,개성있는 디자인,저렴한 가격을 갖춘 차량을 만드는 노력이 지속돼야 현대 ·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