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우리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중요한 일이 예정돼 있는 해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다목적 인공위성과 통신위성 등을 개발해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이용해 우주로 발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오는 5월 발사예정인 우주발사체 KSLV-1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해서 우리의 위성을 대한민국 영토에서 발사하는 역사적인 발사체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우주를 향한 도전을 국가 과학 발전의 중요한 계기와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모든 국가가 로켓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발사체 총 질량의 60~70% 정도는 추진제의 무게이다. 추동력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초당 수백kg 정도의 추진제를 연소시켜 추동력을 얻는다. 이 정도의 연소율은 발전용 보일러의 만 배,항공기용 제트 엔진의 수십 배에 달하는 에너지 밀도를 나타낸다. 또한 추동력의 크기도 전투기 제트 엔진의 수십 배에 달한다. 인간이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장치 중에서 가장 빠르고 힘이 세며,가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장치인 동시에 유일하게 인류가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우주선진국들이란 지난 수십년 동안 이러한 기술을 확보해 우주 개발에 사용하고 있는 나라를 일컫는다. 우리나라도 올해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한다면 본격적인 우주 기술 확보 경쟁에 발을 내딛는 셈이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위협 덕택(?)에 모든 국민이 잘 알고 있듯이,우주발사체 기술의 확보는 곧 국방 과학과 첨단과학의 발전과 동일하게 연결된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앞서 언급된 대부분의 우주개발 핵심 기술이 다른 나라에 이전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에 발사되는 우주발사체는 지난 2002년부터 러시아의 많은 핵심 기술을 전수받아 개발한 최초의 국내 위성발사체다.

지금은 전 국민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으며 경쟁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1980년 이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조차 없었으며 단지 자동차를 조립해 생산하는 기술 수준 정도였다.

1980년대 이후 현대자동차가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에서 엔진 기술을 전수받아 국내 최초의 국산 엔진을 개발하고 미국 수출을 시작한 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우리나라의 자동차 기술은 선진국의 개발 역사를 단숨에 압축해 이뤄냈다. 세계 10대 엔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핵심기술인 엔진을 비롯한 디자인,차체,생산기술 등의 모든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속적이며 과감한 투자,근면하고 우수한 노동력,그리고 세계적으로 우수한 고급 두뇌들에 의한 창의적인 연구 등과 같은 발전을 위한 삼위일체가 잘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막 다른 나라의 기술을 습득해 위성발사체를 발사하려 하고 있다. 물론 이번 발사체 발사가 성공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삼위일체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지속적인 정부의 개발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자동차 산업과는 달리 투자 주체가 사기업이 아니라 정부이므로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대략 살펴보면 우리나라 우주 관련 예산은 미국의 15분의 1,일본의 10분의 1 정도로 절대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태다.

다른 나라에서 수십년간 이뤄낸 기술 발달을 이번에도 빠른 시간 내에 압축해 우리의 기술로 만들려고 하는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첨단 우주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 노력을 배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