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대 사진작가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를 비롯해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만 레이,안드레아 구르스키 등 미국 유럽 사진 대가들의 손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한국을 찾는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5일부터 5월24일까지 '헨리 불의 컬렉션'전이 열린다. 미국 사회사업가인 불은 2004년 구겐하임 미술관 사진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미술 컬렉터.

'손으로 말한다'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회는 2004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뒤 2006년 러시아 모스크바 현대미술관을 거쳐 아시아에서는 처음 개최된다.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 · 이드위어드 머이브리지 · 마틴 파(영국),리처드 아베슨 · 다이앤 아버스 · 비토 아콘치 · 어빙 펜 · 로버트 메플소프(미국),안드레아 구르스키(독일) 등 세계적인 사진 · 조각가 104명의 작품 116점이 걸린다.

사진에 등장하는 손의 주인공도 시인 장 콕토,조각가 헨리 무어,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테레사 수녀,복싱선수 루이스 조 등 유명 인사에서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1840년대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 160여년간의 사진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손이 전하는 다양한 감정 표현과 상징성을 음미하는 것이 이번 전시 작품의 감상 포인트.

예를 들면 미국 작가 다이안 아버스의 1962년작 '장난감 수류탄을 든 아이'는 뉴욕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찍은 수작이다. 어린애의 손에 든 수류탄을 통해 현대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 스티글리츠의 1920년작 '골무를 낀 손'은 부인이자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손을 극적으로 잡아낸 대작이다. 이 작품은 2006년 소더비 경매에서 147만2000달러(당시 약 15억원)에 낙찰돼 사진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로베르 두아노의 작품 '피카소의 빵'은 식탁 위에 놓인 여러 개의 빵이 앞에 앉은 피카소의 손처럼 보이게 하는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리처드 아베든의 조각가 헨리 무어의 손,어빙 펜의 세계적인 재즈 연주가이자 작곡가였던 마일스 데이비스의 손,매리 앨런 마크의 테레사 수녀의 손,리처드 아베든의 불후의 복싱 선수인 루이스 조의 주먹을 찍은 작품도 관람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전시회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헨리 불은 "손은 그 자체로서 소유와 수집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라며 "손은 약속,기도,거절,의문,명령,지도,격려,축하 등 실제적인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많은 것들을 담아내는 대단히 매혹적인 소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각으로는 루이스 부르주아,아네트 메사저,파블로 피카소,브루스 나우먼,오귀스트 로댕,서도호,노상균 등 32명의 작품 32점이 선보인다. 관람료는 2000~4000원.(02)720-066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