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은 지난 1일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과 비슷한 9조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친환경차 개발과 R&D(연구 · 개발) 시설 투자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올해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분기별 운영 전략에 의지할 정도로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신사업과 신기술 투자에 집중,호황기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 · 기아차는 저탄소 그린카 개발을 포함한 R&D 부문에 3조원을,시설 부문에 6조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가속도 붙은 '그린카' 개발

정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저탄소 친환경차 개발은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핵심 부품과 원천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벤처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대 · 중소기업 상생과 고용 창출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라"고 주문했다.

현대 · 기아차는 올 하반기 준중형급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 · 기아차의 첫 양산형 그린카인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모델은 LPG(액화석유가스)와 전기모터를 결합해 연비가 21.3㎞/ℓ에 달한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하면 연료 효율성이 53%가량 높다.

2010년에는 차급을 중형으로 확대해 쏘나타 및 로체 가솔린 하이브리드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중형 하이브리드 모델은 저속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차를 구동할 수 있는 '풀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해 본격적인 글로벌 그린카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비는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60~70%가량 좋아진 20㎞/ℓ가 될 전망이다.

2004년 10월 '클릭 하이브리드' 50대를 정부에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총 2800여대의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한 현대 · 기아차는 2010년까지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3만대,2018년까지 50만대를 각각 생산하기로 했다. 2012년부터는 수소연료전지차 조기 실용화에 본격 나서고 2013년 이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해외 신시장 개척

현대 · 기아차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외 자동차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지만 러시아 일본 등 신시장 개척에도 끊임없이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 일본 시장에 대형 상용차인 '유니버스'를 출시했다. 2007년 10월 도쿄모터쇼에서 일본 내에서는 최초로 공개된 유니버스는 수입 대형 버스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의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킬 정도로 친환경성을 확보했다. 일본의 도로 상황에 적합한 우측 핸들을 적용해 편의성도 높였다.

그동안 일본 자동차 내수 시장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메이커가 점령하다시피한 데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국내 업체가 진출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현대차는 최근 고공행진 중인 원 · 엔 환율을 '지렛대' 삼아 저렴한 가격과 높은 기술력을 무기로 일본 시장에 전국적인 상용차 딜러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12월 동유럽 핵심 판매 거점인 러시아에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지난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기아차 해외법인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러시아 판매법인은 현재 판매 중인 씨드 쏘렌토 쎄라토 모닝(피칸토)과 함께 이달부터 투입하는 포르테 쏘울 등 신차를 통해 동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무르익는 일관제철소의 꿈

현대 · 기아차는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에도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공사는 종합 공정률 58%를 나타내며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총 투자금액 5조8400억원 가운데 2조원이 올해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는 원료 저장에서부터 제품 생산,폐기물 처리,고철 재활용까지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전 공정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자원순환형 모델'이다. 세계 최초로 밀폐형 제철원료 시스템을 도입해 비산먼지 발생을 줄이는 등 친환경 제철소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 일관제철소가 완공되면 약 5000여명의 직접 고용을 비롯해 연관산업에 약 7만8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