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흥수 LIG證 사장 "4개월 연속흑자…IB기반 다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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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출신인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60)에겐 늘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삶의 대부분을 '갑(甲)'의 입장에서 살았는데 '을(乙)'의 역할을 잘 할수 있겠냐는 것. 금융감독원에서 20여년을 일하며 부원장보까지 지낸 유 사장이 돈을 벌어야 하는 민간기업의 수장 노릇을 어떻게 할 지, 우려가 짙게 밴 질문이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갑도 을도 아닌, 병(丙)으로도 살 수 있다"고 맞받았다. 실제 그의 지인 또한 유 사장이 금융감독원 시절부터 "서비스 정신이 투철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유 사장에게서 '갑'의 물이 쏙 빠지게 한 건 따로 있었다.
◆'갑'→'병'까지 추락
"2004년 금감원을 나와 2년 반을 놀았습니다. 갈 곳도 없고 불러주는 곳도 없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백수 생활을 해 봐야 사람 된다는 말을 그제서야 제대로 느꼈습니다. 할 일이 없다는 게 못견디게 힘들더군요. 택시운전을 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백수 시절은 어떻게 살 지, 무엇이 의미있는 일인 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유 사장은 2년여 백수 생활을 접고 2006년 6월 LIG손해보험의 상근 감사로 가게 된다. 본격적인 '을'로 들어서는 시점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은 다르긴 달랐습니다. 종이 한 장 허투루 버리는 게 없었습니다.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로 수익 창출에 고심하는 회사 사람들을 보며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감사라고 편한 의자에 앉아 결재서류에 사인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밥 값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때부터 직접 세일즈를 뛰며 민간 기업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유 사장은 LIG손해보험 감사 재직 시절, 회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6월 LIG투자증권의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LIG투자증권은 LIG손해보험이 100% 출자해 만든 신규 증권사다. 금감원 출신인 유 사장이 LIG투자증권의 CEO(최고경영책임자)까지 오른 건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장이 직접 세일즈 하겠다"
유 사장은 자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LIG투자증권이 그의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룹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고 했다.
"제가 직접 나서 LG 그룹을 필두로 GS, LS 등 범(凡) LG가(家)의 자금을 우선적으로 끌어올 계획입니다. 그룹의 경영진은 물론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실무진까지 대면하려고 합니다. 넓게 보면 범 LG 그룹 내에서 우리(LIG투자증권)가 유일한 증권사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응당 일정 규모의 자금을 맡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옛 LG증권은 2004년 우리증권과 합병해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가 된 만큼, LG 그룹의 적통을 LIG투자증권이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실제 LIG투자증권의 임직원 가운데 60% 가량은 옛 LG증권 출신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지속되고 있는 흑자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자신했다. LIG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영업을 시작한 이후 4개월만인 11월에 영업이익 1억원을 달성하며 신생 증권사 가운데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올 2월까지 4개월간 소폭이나마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인가를 받은 8곳의 신규 증권사 가운데 IBK투자증권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선전하고 있는 것.
"채권 브로커리지 부문의 실적과 환매조건부채권(RP) 운용 등으로 수익기반을 점차 다져가고 있습니다. 예탁자산도 5조원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법인 고객 위주의 영업이 적중한 것으로 봅니다. 리서치센터를 조기에 구축한 것도 법인 영업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감성경영으로 직원들과 더욱 가까워져
유 사장은 앞으로 돈을 많이 벌기 보다 까먹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과감하게 몸집 불리기 보다는 리스크관리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지점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일하는 사람에는 많이 투자하겠다고 했다. 결국 금융은 사람 장사라는 게 유 사장의 지론이다.
"유능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입니다. 자격증을 따면 인사 등에 가점을 주는 자격증 취득 포인트제도는 우리 회사의 대표적인 인재 육성 정책입니다.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제도적으로 구축해 인센티브도 확실하게 제공하겠습니다"
유 사장은 보상 못지않게 직원들과의 스킨십도 중시한다. 직원들과 격의없이 의사소통을 원할하게 해야 조직이 유기적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과 점심 약속을 잡고, 수시로 대화한다. 최근에는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직원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제 임기 안에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 당장은 수익기반을 공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약한 발걸음이지만,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나아가겠습니다"
글=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사진=한경닷컴 김기현 기자
이에 대해 유 사장은 "갑도 을도 아닌, 병(丙)으로도 살 수 있다"고 맞받았다. 실제 그의 지인 또한 유 사장이 금융감독원 시절부터 "서비스 정신이 투철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유 사장에게서 '갑'의 물이 쏙 빠지게 한 건 따로 있었다.
◆'갑'→'병'까지 추락
"2004년 금감원을 나와 2년 반을 놀았습니다. 갈 곳도 없고 불러주는 곳도 없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백수 생활을 해 봐야 사람 된다는 말을 그제서야 제대로 느꼈습니다. 할 일이 없다는 게 못견디게 힘들더군요. 택시운전을 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백수 시절은 어떻게 살 지, 무엇이 의미있는 일인 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유 사장은 2년여 백수 생활을 접고 2006년 6월 LIG손해보험의 상근 감사로 가게 된다. 본격적인 '을'로 들어서는 시점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은 다르긴 달랐습니다. 종이 한 장 허투루 버리는 게 없었습니다.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로 수익 창출에 고심하는 회사 사람들을 보며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감사라고 편한 의자에 앉아 결재서류에 사인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밥 값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때부터 직접 세일즈를 뛰며 민간 기업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유 사장은 LIG손해보험 감사 재직 시절, 회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6월 LIG투자증권의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LIG투자증권은 LIG손해보험이 100% 출자해 만든 신규 증권사다. 금감원 출신인 유 사장이 LIG투자증권의 CEO(최고경영책임자)까지 오른 건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장이 직접 세일즈 하겠다"
유 사장은 자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LIG투자증권이 그의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룹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고 했다.
"제가 직접 나서 LG 그룹을 필두로 GS, LS 등 범(凡) LG가(家)의 자금을 우선적으로 끌어올 계획입니다. 그룹의 경영진은 물론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실무진까지 대면하려고 합니다. 넓게 보면 범 LG 그룹 내에서 우리(LIG투자증권)가 유일한 증권사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응당 일정 규모의 자금을 맡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옛 LG증권은 2004년 우리증권과 합병해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가 된 만큼, LG 그룹의 적통을 LIG투자증권이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실제 LIG투자증권의 임직원 가운데 60% 가량은 옛 LG증권 출신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지속되고 있는 흑자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자신했다. LIG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영업을 시작한 이후 4개월만인 11월에 영업이익 1억원을 달성하며 신생 증권사 가운데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올 2월까지 4개월간 소폭이나마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인가를 받은 8곳의 신규 증권사 가운데 IBK투자증권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선전하고 있는 것.
"채권 브로커리지 부문의 실적과 환매조건부채권(RP) 운용 등으로 수익기반을 점차 다져가고 있습니다. 예탁자산도 5조원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법인 고객 위주의 영업이 적중한 것으로 봅니다. 리서치센터를 조기에 구축한 것도 법인 영업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감성경영으로 직원들과 더욱 가까워져
유 사장은 앞으로 돈을 많이 벌기 보다 까먹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과감하게 몸집 불리기 보다는 리스크관리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지점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일하는 사람에는 많이 투자하겠다고 했다. 결국 금융은 사람 장사라는 게 유 사장의 지론이다.
"유능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입니다. 자격증을 따면 인사 등에 가점을 주는 자격증 취득 포인트제도는 우리 회사의 대표적인 인재 육성 정책입니다.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제도적으로 구축해 인센티브도 확실하게 제공하겠습니다"
유 사장은 보상 못지않게 직원들과의 스킨십도 중시한다. 직원들과 격의없이 의사소통을 원할하게 해야 조직이 유기적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과 점심 약속을 잡고, 수시로 대화한다. 최근에는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직원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제 임기 안에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 당장은 수익기반을 공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약한 발걸음이지만,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나아가겠습니다"
글=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사진=한경닷컴 김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