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쇼크'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미국 다우지수 7000선을 무너뜨렸다. 세계 최대 보험사 AIG가 작년 4분기에 사상 최악인 616억6000만달러의 손실을 내고,미 정부가 네 번째 구제금융에 나섰다는 소식이 2차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감을 키웠다. "끊나지 않는 금융위기의 악몽"(캔트 앙겔크 캐피털시큐리티 전무) 속에 투자자들의 선택은 '투매'였다. 2일 다우지수는 299.64포인트(4.24%) 하락한 6763.29로 마감했다. 1997년 4월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재연했다.

◆끝없는 금융위기의 악몽

3월로 들어서는 관문에서 나온 '미국 4분기 GDP(-6.2%) 쇼크'와 '씨티그룹 국유화' 소식은 블랙 먼데이의 전조였다. 여기에 유럽 정상들의 동유럽 구제금융 불발 뉴스와 "올해 내내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란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의 투자자 연례 서한이 뒤를 이으면서 투자 심리를 급랭시켰다. 급기야 이날 터져 나온 전대미문의 AIG 실적은 빈사 상태의 시장을 혼수 상태로 만들었다.

"AIG 실적 쇼크는 낙타(투자자)를 쓰러뜨린 마지막 봇짐(last straw)이었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진단이다.

버핏 회장이 지난 주말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 경제가 '난장판'(in shambles)이 될 것"이란 공포가 시장을 억눌렀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치솟았다. 이날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500 지수옵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지수는 15% 급등한 53.09를 기록했다.

◆'더블 딥' 공포도 가세

금융시장 불안의 바닥엔 실물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실제 미국의 실물 부문에선 'U'자형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무너지고 일본식 장기불황인 'L'자형을 넘어 '더블 딥'(경기침체 후 다시 침체)을 동반한 혹독한 'W'자형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의 셜리 킹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선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구제안 약발이 다 떨어지는 내년 하반기에 경기가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더블 딥의 망령이 시장을 떠도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이미 한 차례 0.5%로 낮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더 낮출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IMF는 작년 2.2%로 예상했던 올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0.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위기설이 돌고 있는 동유럽 가운데 루마니아와 아시아의 스리랑카가 구제금융을 지원받기 위해 IMF와 사전 협의를 시작했다. 이미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추가 지원 자금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